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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과 치유를 위한 설 덕담
 tlstkdrn  | 2017·01·30 21:03 | 조회 : 535
명상과 치유를 위한 설 덕담

   올겨울은 초유의 국정농단에 대한 촛불집회와 이에 반발한 태극기 집회로 여느 겨울보다 요란한 계절을 보내고 있다. 나라 분위기를 차분히 가라앉히려고 그랬는지 전국에 눈이 내리고 한파가 몰아쳤다. 귀성길에도 눈이 내린다는 예보이고 보면 이번 4일간의 설 연휴 기간만은 조용하고 진지하게 자신을 돌이켜보는 명절로 보냄이 어떨까.
   때로는 웅변보다 침묵과 명상이 이웃과의 화해와 치유의 계기가 되고, 이웃과의 화해와 치유가 종국에 가서는 나라의 평화와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여러 ‘나’의 모임이 이웃이 되고, 여러 이웃의 집합이 나라를 이루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광화문과 대학로를 중심으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했으니 이제 잠시나마 침묵(沈默)과 명상(瞑想)으로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보고 덕담을 통하여 아름다운 관계를 맺어보자는 얘기다.
   예술과 정보기술(IT)로 각각 세상을 바꾼 두 혁명가가 있다. 20세기 대표적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에서 현대 IT 문명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로 이어지는 두 혁명가의 공통적인 철학적 공감은 깊은 ‘명상’과 ‘몰입’이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얻은 두 가지 교훈은 ‘다르게 생각하기’(Thinking different)와 ‘단순화’(Simplification)였다. 그렇다. 생각과 명상의 끝은 복잡이 아니라, 단순으로 귀결된다.
   서예를 하는 필자의 작업은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오랜 시간 먹을 갈아야 하는 일이나, 복잡한 필획으로 이루어진 여러 가지 서체의 특징을 파악하고, 휘청거리는 붓으로 흘러내릴 듯하게 먹물을 찍어, 그것도 쉬이 번지는 화선지 위에 임서(臨書)하는 일이야말로 심간(心肝)을 깎는 아픔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키보드나 키패드를 사용하면 다양한 폰트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말로 해도 음성을 척척 인식하여 글자로 바꿔주는 세상에, 모필로 글씨를 쓰는 일은 어쩌면 어리석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명상과 몰입 끝에 얻은 깨달음은 ‘서예는 단순하고 강렬하다’였다. 따지고 보면 검은 먹과 흰 종이가 빚어내는 단순한 흑백의 만남일 뿐이었다.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흑(黑)은 백(白)이 있으므로 가치가 있고, 백은 흑이 있으므로 온전해진다는 단순한 생각에 이르자 붓에 대한 두려움은 더는 생기지 않았다. 이후로 붓을 잡는 일은 설렘으로 다가왔고 글 쓰는 일은 행복이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붓에게 맡기기로 했다. 명상이 가져다준 치유였고 명쾌한 행복이었다.
   필자는 키가 작은 편이지만, 25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눈에는 항상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람이 당신의 맏아들이었다. 어머니는 항상 “상호야, 니가 세상에서 제일 크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어릴 때는 그러려니 하다가도 중학생이 되어서는 어머니 말씀의 거짓됨을 바로잡을 양으로 나보다 한참 더 큰 친구를 데리고 와서 어머님 앞에 나란히 섰다. 그리고 누가 더 크냐고 물은즉슨, 어머니는 역시 “상호 니가 더 크다”였다. 이때다 싶어 “눈으로 보고도 거짓말을 하세요?”라며 어머니를 다그쳤다. 냉큼 하시는 말씀이 “이놈아, 너는 키를 땅에서밖에 잴 줄 모르느냐? 하늘에서 한번 재어 봐라”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는 ‘다르게 생각하기’의 선수셨다. 그래서 어려운 살림에도 늘 웃으시며 여유를 보이셨나 보다.
   필자가 고향을 떠나 객지에 나와 있을 때, 만나면 하시던 말씀도 떠오른다, “봄보리는 볼 뿐이고, 가을보리는 갈 뿐이다”라는 것이다. 봄보리든 가을보리든 키워 보았자 먹을 게 별로 없듯이, 자식도 키워보았자 자식 덕 보기는 글렀다는 말씀이다.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면 아버지께서 하시던 말씀도 생각난다. “나무는 큰 나무 밑에서 못 자라도, 사람은 큰 사람 밑에서 자라야 하는 법이다” 또 있다. “남이 쑥떡같이 얘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한다”라는 덕담이었다. 훌륭한 사람을 본받아야 한다는 것과 남의 말을 잘 새겨들으라는 말씀이렷다.
   부모님의 덕담을 듣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나이었지만, 아직도 눈에 삼삼하고 귀에 쟁쟁하다.
   섣달 지나 설이 또 다가온다. 이번 설 명절에는 차분한 가운데 의미 있는 덕담을 주고받는 게 어떨까.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는 제야의 덕담도 좋고, 새해 아침 덕담도 좋다. 남이 잘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하는 말을 덕담이라 하지 않는가. 가까운 사람끼리는 그나마 만나서 덕담을 나누기도 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친지와는 연하장이나 편지로 덕담을 주고받는다. 요즈음은 세월이 좋아 단톡(단체 카톡)으로도 덕담을 나눌 수 있다.
   ‘덕담(德談)’이라 할 때의 ‘덕 덕(德)’ 자에는 첫째, ‘자축거릴 척(?)’이 있다. 이는 실천을 뜻한다. 둘째, ‘곧을 직(直)’이 있다. 정직을 뜻한다. 셋째, ‘마음 심(心)이 있다. 덕은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이 중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덕목이 있다면 바로 ‘정직’을 들 수 있겠다. 청문회장에서 거짓말이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전직 관료들을 보면 나라의 앞날이 암담하다. 말 중에 새끼를 잘 쳐서 번식력이 가장 뛰어난 말은 ‘거짓말’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대한민국 청문회장은 어쩌면 거짓말 경마장과 같다.
   그리고 ‘말씀 담(談)’ 자에 ‘불탈 염(炎)’이 붙어 있다고 하여, 자칫 불꽃이 타오르듯이 서로 논쟁하거나 싸우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염(炎)은 불꽃이 남아있는 모닥불이나 화로를 가리키기 때문에 ‘조용한 분위기’를 뜻한다. 따라서 담(談)이란 화롯가에 앉아서 조용하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이다.
   가장 일반적인 덕담은 “새해 복(福) 많이 받으세요”이다. ‘복 복(福)’ 자는 하늘이 내리는 복, ‘보일 시(示)’와 내가 노력하여 얻은 복, ‘가득할 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로 볼 때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보다 ‘복 많이 지으세요’라고 하는 덕담이 낫다고 생각한다. 복을 받는 일은 하늘의 뜻이므로 기약할 수 없지만, ‘복 짓는 일’은 각자의 몫이니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연하장에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문구는 ‘근하신년(謹賀新年)’이다. ‘삼가 새해를 축하합니다’라는 뜻이다. 손윗사람에게는 ‘수산복해(壽山福海)’를 많이 쓴다. 수명은 산과 같고, 복은 바다와 같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만사여의(萬事如意)’도 있다. 모든 일을 뜻과 같이 이루시기를 바란다는 의미이다.
   손아랫사람에게는 ‘유지경성(有志竟成)’이 인기 있다. 뜻이 있으면 마침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이 외에도 입신출세의 큰 꿈을 지니라는 뜻의 ‘청운만리(靑雲萬里)’, 몸을 닦고 덕을 기르라는 뜻의 ‘수신양덕(修身養德)’, 땀을 흘리지 않고서는 어떤 일이든 이룰 수 없다는 뜻의 ‘무한불성(無汗不成),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뜻의 ‘불광불급(不狂不及)’도 인기가 있다.
   나 혼자만이 느끼는 행복보다 함께 나누는 행복이 더 크다. 행복은 결코 남이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마음먹기에 달렸다. 명상으로 치유되어 마음이 깨끗한 사람, 덕담을 주고받아 마음이 향기로운 사람, 이런 사람을 만나는 설 연휴야말로 진정한 명절이다.  

<참고문헌>
   1. 권상호, “명상과 치유를 위한 설 덕담”, 세계일보, 2017.1.27일자. 15면.
알자고
설 잘 보내셨습니까...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17·01·30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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