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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의 마음이 곧 성인의 마음이다
 tlstkdrn  | 2018·09·14 16:31 | 조회 : 51
                                           어린아이의 마음이 곧 성인의 마음이다

   ‘탁월한 나’(탁오)를 자처한 이지는 공자를 풍자하고 맹자를 비판하며 성리학자들을 꾸짖는 글을 썼다. 세상은 그런 그를 용납하지 않았다. 그가 76살이 되던 때에 황제는 혹세무민했다는 죄를 주어 그를 잡아 가두게 하고 그의 책을 불태우게 했다. 그는 감옥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거짓의 세상을 끊어내고 죽는 순간, 그는 어린 아이의 마음을 회복하고 자기 안의 성인을 만났을까.
   이지(李贄)는 이지가 아니었다. 본래의 성은 임(林), 이름은 재지(載贄)였다. 성과 이름을 모두 바꾼 것이다. 호는 ‘탁월한 나(卓吾)’, ‘독실한 나(篤吾)’, ‘굉장한 사내(宏甫)’라 했으며 때로 ‘온릉의 할일 없는 사내(溫陵居士)’로 자칭하며 살다가, 머리를 깎은 뒤에는 스스로 ‘대머리 늙은이(禿翁)’라 일컬었다. 복건성(福建省) 천주부(泉州府) 진강현(晉江縣)의 부유한 집안에서 7남매의 맏아들로 태어나 자랐다. 동쪽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그의 고향은 멀지 않은 곳에 주희의 탄생지와 묘소가 있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외국과의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한 거상이었으나 조부 때부터 상인의 색채를 지우고 사대부의 면모를 갖추었다.
    그는 타고난 이단아였다. 7살 때부터 아버지 임백재(林白齋)로부터 사서오경을 배워 익혔지만 12살에 공자를 풍자하는 ‘노농노포론’(老農老圃論)을 지어 아버지를 비롯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농부가 땀 흘려 일군 곡식을 먹으면서 농사짓는 이를 소인이라 폄하한 공자의 언행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어린 아이의 치기가 아니었다.
   26살에 과거에 합격한 뒤 29살 때부터 벼슬길에 나아갔다. 처음에 하남 공성의 교유로 일하다가 34살에는 남경의 국자감 박사가 되었지만 오만하고 구속되지 않는 성품 때문에 상급자들과 마찰을 일으키기 일쑤였다. 38살에는 고향 천주로 돌아가 머물다가 2년 뒤 북경으로 가서 예부사무가 되었는데, 이때 왕수인(王守仁)과 그의 제자 왕기(王畿)의 글을 접하고 심학에 심취했다.
   이후 남경 형부원외랑을 거쳐 운남 요안지부를 끝으로 관직 생활을 그만두고 호북의 친구였던 경정리(耿定理?)에게 의탁했지만 경정리가 죽은 뒤 그의 형 경정향(耿定向)과 사이가 나빠지자 마성(麻城)으로 거처를 옮기고 그곳에서 글을 쓰고 후학을 가르쳤다. <분서>(焚書)와 <장서>(藏書)?를 비롯한 대부분의 저술은 이 시기에 써진 것으로, 50세 이후 그의 삶은 오직 학문과 저술에 바쳐졌다. 그의 제자 왕본아(汪本?)는 훗날 자신의 스승을 두고 이르길, 선생은 일생 동안 읽지 않은 책이 없었으며 마음속의 생각을 토해내지 않음이 없어 학문을 대함에 목마르고 배고픈 사람이 음식을 대하듯 아무리 마시고 먹어도 결코 만족하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그의 학문은 당시의 진부했던 유학자들이 전통을 답습하던 방식과 크게 달랐다. 이를테면 사서를 풀이한 <사서평>(四書評)은 제목에서부터 전통적인 훈고주석과는 궤를 달리하는 저술이다. 그는 성인의 말을 맹목적으로 믿거나 따르지 않고 성인과 대등한 입장에서 경전의 내용을 분석하고 비평했다. 그는 공자가 경계해야 할 세 가지를 이야기하면서 혈기, 여색, 재물을 든 것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술, 여색, 재물, 혈기가 있는데 이 중에서 공자는 세 가지만 들었다. 그것은 공자 자신이 술을 좋아했기 때문에 술 또한 경계해야 함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그와 학문적으로 가장 가까웠던 지기인 초횡(焦?)은 <분서>의 서문에서, 그가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눈은 세상에 아무도 없는 듯 거리낌 없이 볼 정도로 긍지가 높았으며 지나치게 과격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거슬렀지만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당시 유학자들은 공자를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했는데 그는 그런 유학자들의 태도를 나태한 사대부의 어리석음으로 단호하게 비판했다.
    그는 말했다. 하늘이 사람을 내면 저절로 사람의 쓰임이 있게 된다. 그런데 공자에게 인정을 받은 뒤에야 그 사람의 가치가 인정된다면 천고 이전 공자가 없었을 때는 올바른 사람이 없었단 말인가. 이렇게 당시 유학자들의 맹목적 성인 숭배를 비판했던 그는 급기야 이전에 자신이 무턱대고 공자를 존경했던 일을 두고 한 마리 개와 같았다고 이야기하면서 오십 이전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부정해 버리기에 이른다. 나는 어릴 적부터 성인의 가르침을 배웠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오십 이전의 나는 한 마리 개에 지나지 않았다. 앞에 있는 개가 자기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따라서 짖었던 것이다. 만약 누군가 내게 짖은 까닭을 묻는다면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쑥스럽게 웃을 수밖에 없다.
    묵자를 좋아했던 그는 맹자가 묵자를 가리켜 어버이와 임금을 업신여기며 인(仁)을 해친다고 비판한 것을 두고 더욱 맹렬하게 비판했다. 겸애란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사람보고 서로 사랑하라는데 어찌하여 인을 해쳤다고 하는가. 만약 사람이 서로 사랑하라고 가르치는 것이 인을 해치는 것이라면 서로를 원수로 대하고 나서야 비로소 인을 보존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다른 사람의 어버이를 사랑한 뒤라야 그 사람도 나의 어버이를 사랑할 텐데 어찌하여 어버이를 업신여긴다 말하는가?
    여성에 대한 이해도 당대의 수준을 훌쩍 넘어선다. ?주변 사람들이 여인은 식견이 짧아 도를 배울 수 없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에 남녀가 있다고 말하면 옳지만 식견에 남녀가 있다는 말이 어찌 옳겠는가. 식견에 길고 짧음이 있다고 말하면 옳지만 어찌 남자의 식견은 하나같이 길고 여자의 견식은 하나같이 짧겠는가. 설사 여자라 하더라도 바른 말을 즐겨 듣고 속된 말을 듣지 않으며 세간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학문을 배워 더러운 세상에 연연할 필요가 없음을 아는 이가 있을 수 있으니 세상 남자들이 그런 여인을 보면 모두 부끄러워 식은땀을 흘릴 것이다.
    그는 당시의 통념을 부정하고 여성의 재능을 긍정하고 그들에게도 남성과 동일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말로만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매담연을 비롯한 징연, 선인 등의 여성들과 함께 학문을 토론하고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통념을 무시한 대가는 혹독한 비난이었다. 그를 미워하던 자들은 이 일을 두고 그가 사대부 집안의 여자들을 꼬여 불법을 강론하는데 이불을 들고 와 자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며 모함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와 가장 깊이 교류했던 매담연은 친구였던 매국정의 둘째 딸로 일찍이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되었는데 훗날 그를 따라 출가하기에 이른다. 일찍이 그는 매담연을 이렇게 평했다. 매담연은 비록 여자의 몸이나 출세한 장부로서 어느 남자도 그녀에게 미치지 못할 것이다. 지금 그녀는 도를 공부해 올바른 지혜와 식견이 있기에 나는 전혀 그녀를 걱정하지 않는다. 비록 나를 스승으로 삼지는 않았지만 그녀도 내가 남의 스승이 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때때로 30리 밖에서 사람을 보내 내게 불법을 물으니 그에 답하지 않을 수 없다.
    매담연과의 교류는 큰 불행을 불러왔다. 그가 74살이 되었을 때 매국정의 집안을 시기하는 자들이 지역의 지방관과 결탁하여 무리를 이끌고 와서 그가 머물던 곳을 파괴했을 뿐 아니라 매담연을 음란한 여승으로 비방하였다. 매담연은 결국 비방을 견디지 못하고 자결하고 말았다.
    공자를 풍자하고 맹자를 비판하며 성리학자들을 꾸짖는 글을 쓰는 사이 세상은 그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특히 경정향을 거짓 유학자로 비판하는 글을 쓰면서 관계가 더욱 악화되자 마성을 떠나 통주로 피해 다니다가 마침내 삭발을 하고 출가하기에 이른다. 더 이상 세상과 함께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그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자들의 비방은 조정에까지 알려졌고 마침내 1602년 그가 76살이 되던 해에 만력제는 음란한 도를 창도하여 혹세무민했다는 죄를 주어 그를 잡아 가두게 하고 그의 책을 불태우게 했다. 애초 그가 쓴 책 <분서>는 제목 그대로 불태워버려야 할 책이었으니 책을 쓸 때부터 자신의 운명을 예견했다 할 것이다. 얼마 뒤 그는 머리 깎는 칼을 달라고 요청했고 그 칼로 목을 찔러 자결하고 말았다.
    그는 일찍이 ‘동심설’(童心說)을 써서 어린 아이의 마음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어린 아이의 마음이 진실한 마음이다. 만약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진실한 마음을 가질 수 없다. 어린 아이의 마음은 거짓을 끊어버린 순진함으로 사람이 태어나 맨 처음에 갖게 되는 본심이다. 이 마음을 잃어버리면 진심이 사라지게 되고 진심이 사라지면 참다운 인간성도 잃게 된다. 나는 어찌해야 어린 아이의 마음을 잃지 않은 성인을 만나 그와 말과 글을 나눌 수 있을까.
   거짓의 세상을 끊어내고 죽는 순간 그는 어린 아이의 마음을 회복하고 자기 안의 성인을 만났을지 모른다.
                                                             <참고문헌>
    1. 전호근, "어린아이의 마음이 곧 성인의 마음이다", 한겨레신문, 2018.9.14일자.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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