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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지식인 강상중의 탈민족주의적 동북아 공동체 구상
 tlstkdrn  | 2018·11·05 16:19 | 조회 : 58
디아스포라 지식인 강상중의 탈민족주의적 동북아 공동체 구상

   19세기 중반부터 우리 한민족은 농민, 노동자, 강제 징용, 이민 등으로 다른 나라로 이주했다. 해외에 살고 있는 한국인 혈통의 사람들인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현재 750만에 이른다. 지난 100년 우리 지성사에서 주목할 한 그룹은 이 코리안 디아스포라 출신의 지식인들이다.
   강상중은 재일 디아스포라 지식인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활동해온 그는 일본 지식사회는 물론 우리 지식사회에서 작지 않은 관심을 모아 왔다. 그는 한국 국적자로 도쿄대학 최초의 정교수가 됐고, 오리엔탈리즘, 민족주의, 동북아시아에 대한 주목할 저작들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 기획에서 강상중을 다루는 첫 번째 까닭이다.
   지난 100년 우리 지성사의 공간을 한반도에 국한할 필요는 없다. 지식은 본디 특수하면서도 보편적이다. 더구나 지난 20세기 후반 이후 빠른 속도로 진행해온 지식의 세계화에서 디아스포라 지식인들은 한국 지식사회와 세계 지식사회 사이에 가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강상중을 다루는 두 번째 까닭이다.
   강상중은 1950년 일본 구마모토 현에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과 독일 뉘른베르크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했고, 도쿄대학에서 가르쳤다. 그는 문제적인 전문 연구서와 대중 에세이집을 발표함으로써 ‘지식 스타’로 부상했다. 도쿄대학을 떠나 세이카쿠인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이 대학 학장을 맡기도 했다.
   강상중이란 존재를 우리 사회에 널리 알린 책은 그의 베스트셀러 ‘고민하는 힘’(2009)이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1996)는 우리 지식사회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이론에 입각해 근대 일본의 정체성에 대한 역사적 탐구를 시도한 저작이다. 강상중은 말한다.
   “미국에서 활약하는 이 팔레스타인 지식인은 실로 강력한 청소기로 내 머릿속에 쌓인 먼지를 빨아들이듯 그때까지 안개가 싸인 것만 같던 나의 의문을 말끔히 거두어 가 주었던 것이다. 그 상쾌한 체험을 통해서 나는 민족주의적인 입장에서 근대와 식민지주의 문제에 접근하기보다는 좀 더 보편적인 컨텍스트 가운데서 그 문제를 근원적으로 생각할 확실한 예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강상중이 겨냥한 것은 ‘일본적 오리엔탈리즘’이다. 그에 따르면, 사이드가 분석한 동양에 대한 서양의 우월주의가 일본에선 동양에 대한 일본의 우월주의로 재현됐다. 강상중이 도달한 결론은 아시아 또는 동양이란 바로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에 의해 형성된 지역적 질서를 지칭하고, 동양에 대한 이런 일본식 식민주의 담론은 전후에도 계속해 그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는 점이다. 일본적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이러한 분석은 일본 식민주의 담론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이라는 점에서 우리 지식사회에도 안겨준 의미가 작지 않다.
   ‘민족주의’(2001)도 주목할 만한 강상중의 책이다. 이 저작에서 강상중은 일본 네오내셔널리즘의 사상적 계보를 추적한다. 그는 민족주의를 ‘상상된 공동체의 의식’으로 파악하는 베네딕트 앤더슨의 이론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민족적 공동체를 특권화시키는 이러한 근대 민족주의가 가져오는 차별, 억압, 전쟁 등과 같은 그늘을 강상중은 우려한다. 협애한 민족주의의 구속을 넘어선 개방적 탈민족주의의 상상력을 요청하는 그의 결론은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비판할 수 있는 유용한 통찰을 선사한다.
   역사학자 임성모는 ‘민족주의’의 우리말 번역본 ‘옮긴이의 말’에서 강상중을 ‘일본 네오내셔널리즘의 황야에서 기만의 폭풍에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디아스포라 지식인’이라고 평가한다. 민족주의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민족주의가 지구적 차원에서 다른 민족의 차별과 같은 나라 안에서 소수 민족의 억압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해야 한다.
   강상중의 담론이 식민주의와 민족주의에만 머문 것은 아니었다. 강상중은 2001년 일본 중의원의 헌법조사회에서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에 대한 구상을 발표하고 토론한 바 있다. 이를 주요 텍스트로 삼고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관한 글들을 묶은 저작이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을 향하여’(2001)다. 강상중은 일본의 현실을 진단하고 자신의 구상을 피력한다.
   “정치가 마이너스 섬(부의 감소)을 강요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더더욱 21세기를 향한 유연한 구상력이 있는 정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이 비전을 한마디로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 21세기를 향한 동북아시아의 공동의 집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일본의 입장에서 깊이 검토하고 일본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주시기를 바라면서 오늘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평화와 번영으로 향하는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을 위해 강상중이 일본 사회에 제안하는 전략들은 다양하다. 기존의 종속관계에서 대등한 미일 동반자관계로의 전환과 아시아 국가들과의 다극적 안전보장, 불량 채권 처리와 구조개혁, 한반도의 영세중립화, 북일교섭과 납치의혹ㆍ미사일문제를 동시 병행하는 투 트랙, ‘2(남북한) 더하기 2(미국ㆍ중국) 더하기 2(일본ㆍ러시아)’의 다양한 국제기관들의 서울 유치 등이 그것들이다. 여기에 더해 강상중은 21세기 일본 정치의 구체적인 과제들을 제시한 다음, 일본 사회가 다민족ㆍ다문화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이러한 강상중의 구상은 동북아의 상황을 고려할 때 소망적 사고에 가깝다. 21세기에 들어와 동북아 국가들 사이에선 긴장과 갈등이 외려 고조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구상은 두 가지 점에서 여전히 현재적인 의미를 갖는다. 첫째, 강상중은 일본의 우경화를 경고하고 일본 정치의 개혁을 요구한다. 둘째, 동북아의 미래를 고려할 때 이 지역의 안정적인 평화와 번영은 중장기적 차원의 매우 중대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강상중의 이론과 분석에 대한 비판이 없지 않았다. 또 다른 재일 디아스포라 지식인인 윤건차는 강상중이 천황제, 인종차별주의, 종군위안부 문제 등을 거의 다루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탈민족주의적 상상력을 요청하지만 현실의 지평에 존재하는 현안들을 회피하는 이중적 태도를 윤건차는 날카롭게 비판한다. 국문학자 권성우가 평가하듯, 강상중의 담론은 포스트모더니즘과 포스트콜로니얼리즘의 한계에 대한 성찰을 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기획에서 앞서 나는 영국에서 활동하는 장하준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신기욱을 다룬 바 있다. 장하준, 신기욱, 강상중과 같은 디아스포라 지식인들의 존재는 우리 현대 지성사의 영역을 넓혀 왔다. 지난 30년 동안 강상중은 일본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의 그늘을 비판하고,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모색해 왔다. 이러한 강상중의 지적 모험은 지난 100년 우리 지성사를 한층 풍요롭게 해온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강상중은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을 향하여’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반도 평화 공존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남북한의 공존과 평화는 동북아의 다극적인 국제협력 없이 실현될 수 없고, 거꾸로 남북통일의 전망이 열리는 게 동북아의 국제적 협조에 필수불가결하다고 그는 말한다.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평화가 서로의 조건을 이루는 셈이다.
   오늘날 적지 않은 이들은 21세기가 ‘아시아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하고 있다. 이 아시아의 시대를 이끌 주역은 의당 동북아시아다. 최근 중국의 거센 도전이 상징하듯, 아시아의 시대는 점점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시대적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20세기 미국의 시대에서 21세기 아시아의 시대로 장기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격렬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은 단적인 사례다. 여기에 더해, 동북아 안에는 국가들 사이에 과거사, 영토, 미국과의 관계 등 여러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주목할 것은 아시아 시대의 개막에서 우리나라의 역할이다. 동북아라는 지정학이고 지경학적인 조건은 우리 미래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구조적 배경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강제 아래 동북아의 평화와 아시아의 번영을 위한 최선의 전략적 선택을 어떻게 강구할 것인지는 우리 사회의 미래에 부여된 매우 중대한 대외적 과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참고문헌>
   1. 김호기, “일본 민족주의 그늘 비판하며 ‘동북아 공동의 집’ 꿈꾸다”, 한국일보, 2018.11.5일자.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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