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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달나무숲 자유게시판


대작 표절 논쟁
 tlstkdrn  | 2019·09·12 16:25 | 조회 : 32

                                                         대작 표절 논쟁

   “조영남 대작 의혹, 신경숙 표절 의혹 사건은 미술계와 문학계가 치열하게 논쟁해야 할 문제였다. 하지만 충분한 토론이 되기도 전에 검찰과 법원으로 넘겨졌다. 예술 논쟁은 사라지고 법률 문제로 변해버렸다.”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대형 로펌에서 일하다 연세대 로스쿨에서 저작권법을 가르치는 남형두 교수는 예술의 사법화(司法化) 현상에 오랫동안 우려를 제기해왔다. 그는 “개인들 사이에 벌어지는 사회관계를 법률관계로 전환해 ‘법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반드시 법치주의 실현이나 확대인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남 교수를 연세대 로스쿨에서 지난 2일 만나 얘기를 들었다.
    남 교수는 조영남 공판이 저작권법 위반 사건이 아니라는 설명부터 했다. “2016년 조영남 사건이 시작된 계기는 대작화가가 머물던 하숙집 주인의 신고다. 대작화가 방에서 그림이 트럭으로 실려 나가는데도 정작 대작화가는 형편이 넉넉지 않은 것에 분개해 수사기관에 알렸다. 이게 저작권법 위반이 되려면 대작화가가 피해자로서 조영남을 가해자로 고소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대작화가가 ‘그림은 조영남 작품이고 나는 조수다’라고 하니, 검찰이 생각한 구도가 되지 않았다. 조영남의 그림을 사간 사람의 진술을 받아 조영남 사기사건으로 바꾼 것이다.”
   사기사건 기획수사에서는 검사가 피해자로 상정하는 사람들에게 연락해 고소장을 받아내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 사건에서는 조영남이 직접 그리지 않은 걸 알았다면 사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람과 그래도 샀을 것이라는 사람으로 나뉘었다. ‘그래도 샀을 것’이라는 증언이 1심 유죄가 2심 무죄로 뒤집힌 이유 가운데 하나다. “작품 구매자들은 구매 동기로 여러 사정을 고려하는 점을 보면 작가의 ‘친작’ 여부가 구매 결정에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항소심이 설명한 부분이다. 사기의 구성 요건인 기망(欺罔)이 입증되지 않은 것이다.
    ‘저자(Author)란 무엇인가’가 조영남 사건의 핵심이라고 남 교수는 설명한다. “검찰도 인정하듯이 화투 조각을 캔버스에 붙인 콜라주는 조영남의 것이다. 콜라주보다는 그림이 더 비싸게 팔린다는 것을 알고 대작화가를 시켜 기존 콜라주 작품을 그림으로 그리게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콜라주를 페인팅 기법의 회화로 바꾼 2차적 저작물의 저작권 소재는 이를 누가 주도했는지에 따라 다르다. 만약 조영남의 허락 없이 화투 콜라주를 페인팅 기법의 회화로 만든다면 조영남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화투그림의 저자가 조영남인지, 저작권으로 보호하는 표현이 현대미술에 와서 어떻게 변화되는지 논의가 가능하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대다수 피해자들에게 충격과 실망감을 안겼고 문제가 불거진 후에도 ‘대작은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사려 깊지 못한 발언으로 미술계에 대한 신뢰성을 훼손했다”며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피고인이 방송과 언론을 통해 자신을 전통적인 화가라고 강조했음에도 덧칠작업밖에 하지 않고 자신이 그린 것처럼 판매했다. 피해 규모가 크고, 죄질이 불량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영남 사건은 대법원에 올라가 있다. 최근 검찰은 조영남의 새로운 사기라며 추가로 기소했지만 1심부터 무죄가 났다.
    검찰의 무혐의 결정이나 법원의 무죄 선고로 치열한 예술 논쟁이 끝날 수 있을까. 오히려 사법 판단이 건전한 예술 논의를 중단시켜 문화를 황폐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남 교수는 말한다. “신경숙 표절 의혹 사건 당시 누군가가 검찰에 신경숙을 고발했다. 혐의는 업무방해, 피해자는 출판사였다. 신경숙을 옹호했던 출판사는 당연히 업무를 방해받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은 무혐의로 결정했다. 그렇지만 무혐의 결정이 표절 의혹을 해소한 것은 아니다. 표절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검찰에 그런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런데도 사법절차가 시작되면 예술 논쟁은 실종된다. 모두가 사법부만 쳐다보게 된다.”
    더구나 표절 논쟁이 다 사법 판단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저작권 침해는 저작권법에 정해진 것으로 민사와 형사 책임이 있다.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 표절은 윤리 영역이다. 저작권 보호 대상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표현이다. 아이디어를 훔쳤다면 표절은 될 수 있어도 저작권 침해는 아니다. 신경숙 ‘전설’이 미시마 유키오 ‘우국’의 일부 표현과 같거나 비슷하다고 해도 저작권 침해 또는 표절이 되는지를 법의 잣대로 성급히 단정해서는 안된다.”
    당초 예술윤리의 영역인 표절 문제를 법으로 해결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신경숙 표절 논란에 대해 남 교수는 일반인을 위한 판정 방법을 논문으로 밝힌 적이 있다. “양 작품에 공히 나오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와 같은 표현이 얼마나 독창적인 표현에 해당하는지가 이 문제를 푸는 열쇠다. 표절 의혹을 제기한 이응준의 주장대로 자신의 집 앞에 있는 커다랗고 둥근 바위 하나가 어느 밤 태풍이 친 후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같은 모양으로 깎여 있다고 말할 만한 것인가? 아니면 사랑하는 젊은 부부의 격렬한 정사 후의 상태를 묘사하는 통속적 표현에 불과한 것인가? 신경숙의 변호인을 자처하는 이들이 집중해야 할 곳은 바로 여기다.”
    혹시 남 교수가 너무나 깊숙이 사법 자제 입장에 서 있는 것은 아닐까. 이와 관련, 환경과 개발 논쟁을 매듭지은 새만금 판결을 판사 출신 조홍식 서울대 교수가 비판한 바 있다. 중요한 정치적·사회적 문제를 전문성도 없는 사법부가 해결하려 나서면 안된다고 했다. 하지만 남 교수는 판결로 환경 논쟁을 정리한 일을 지지한다. “수십년간 개펄이나 거리에서 수많은 시민과 단체가 시위하고 이해가 상반된 집단과 충돌했다. 새만금 판결의 당부를 떠나 거리로 쏟아져 나온 갈등이 사실상의 힘이 아닌 재판에 의해 가려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시대의 획을 그은 판결”이라고 한다.
    모든 사회의 중요한 분쟁을 검사와 판사의 손에 맡겨서는 해결도 되지 않고 사회도 발전하지 못한다는 남 교수가 제안하는 대안은 전문가의 입이다.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논쟁을 이끌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전문가들이 말을 하지 못하도록 내몰고 있다고 한다. “전문영역 문제를 각 정파가 자기 쪽으로 유리하게 이끌면서 편가르기 하는 곳이 된다. 중립적일 수밖에 없는 영역의 전문가조차 어느 편인지 밝히도록 내몰린다. 원심분리기 속에 넣고 돌려 도무지 가운데 있지 못하게 한다. 이렇게 공격을 받으면 현실을 도외시한 채, 오래되어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차갑게 식어버린 사건만 갖고, 써봐야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논문을 쓴다.”
    검찰과 법원에 의존하지 않는 것은 사회의 역량이라고 한다.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 루그네드 오도어 선수가 자신을 향해 질주하는 상대팀 선수를 주먹으로 때리는 장면이 중계된 적이 있다. 법적으로는 폭행이나 상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선수가 조사받거나 기소됐다는 얘기는 없다. 오히려 강펀치 덕에 인기가 올라 캐릭터 상품까지 나왔다. 지금은 사라진 우리나라 삼미 슈퍼스타즈 김진영 감독이 판정에 불복하는 과정에서 주심을 폭행해 구속되고 야구계를 떠났다. 법이 적용될 수 있지만 자제하는 것과 무차별로 적용하는 것은 이런 차이가 있다.”
    남 교수는 사법과잉이 예술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리버 홈스 미국 연방대법관은 1903년 광고 포스터 그림에는 예술적 가치가 없으니 저작권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주장을 기각한 판결에서 예술적 판단을 유보했다. 당시 홈스 대법관은 ‘법률에만 숙련된 사람들이 회화의 가치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학문과 예술의 본질을 저버린 무차별적인 법에의 호소, 법에 의한 해결은 문학, 예술, 학문의 건강한 발전을 가로막을 우려가 있다. 예술과 문학 영역에 대한 사법의 과도한 개입이 문학과 예술 발전을 저해할 조짐으로 번지고 있다.”
                                                          <참고문헌>
     1. 이범준, "대작·표절…논쟁으로 풀 문제를 법에 맡기는 순간 예술의 본질은 실종”, 경향신문, 2019.9.11일자.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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