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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여류 시인 김금원의 여성시회 활동
 tlstkdrn  | 2017·12·18 03:40 | 조회 : 103
조선시대 여류 시인 김금원의 여성시회 활동  

  김금원(金錦園, 1817~1850년 이후)은 원주 사람으로 14세 이후 기녀가 되었다가 뒤에 규당학사(奎堂學士) 김덕희(金德喜)의 소실이 되었다. 그는 14세 되던 해인 1830년 남장을 하고 금강산 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당당하고 호탕한 기질을 지닌 여성이었다. 그는 〈호동서락기(湖東西洛記)〉 한 편을 남겼는데 이는 금원의 나이 34세인 1850년 봄에 탈고한 작품으로, 자신이 유람한 곳이 처음 금호사군(錦湖四郡)에서 시작하여 관동의 금강산과 팔경을 거쳐 낙양, 관서 만부(灣府)에 갔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왔기 때문에 ‘호동서락기’라 이름 한다고 했다.

   〈호동서락기(湖東西洛記)〉는 금원 자신이 유람하고 거처한 순서에 따라 일대기적으로 문과 시로 서술한 산문형태의 글이다. 내용에 따라 크게 세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부분은 14세에 남장을 하고 금호사군과 금강산, 관동팔경을 거쳐 서울에 돌아오기까지 명승지를 유람한 행적과 감회를 서술한 부분이며, 둘째부분은 규당학사 김덕희와 소성(小星)의 연을 맺은 뒤 몇 년이 지난 1845년 남편이 의주부윤으로 제수 받아 부임할 때의 정경과 그곳에서의 생활을 기록한 부분이다. 마지막 부분은 남편 김덕희가 벼슬을 사양하고 한강변에 있는 용산 삼호정에서 거처할 때 함께 한 생활을 서술한 부분이다.

     금원은 어릴 때 병을 자주 앓았는데 부모가 이를 불쌍히 여겨 여공(女工)을 배우게 하지 않고 문자를 가르쳤다. 공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사(經史)를 대략 통하고 고금의 문장을 본받아 배워 틈이 나면 때때로 시문을 지었다고 한다. 그는 금수로 태어나지 않고 사람으로 태어난 것과 야만국이 아닌 문명국에 태어난 것은 다행이나 남자가 아닌 여자로 태어난 것과 부귀한 집안에 태어나지 못하고 한미한 집안에 태어난 것은 불행이라고 했다.

     그러나 하늘이 자신에게 어질고 지혜로운 성품과 사물을 통찰하는 눈과 귀를 주셨으니 다만 산수를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보고 듣는 것을 넓히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아직 비녀 꽂지 않은 나이에 강산의 승경을 두루 보아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 올라가 시를 읊조리고 돌아오겠다’고 한 증점을 본받고자 하니 이것은 성인도 온당히 허여하신 일이라고 하고, 오랜 간청 뒤에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14세에 남장을 하고 유람 길에 올랐다. 이러한 행위는 그가 자신의 정체성 인식에 머물지 않고 불합리한 사회적 규범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적극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유람의 대장정에 올라 맨 처음 이른 곳이 제천의 의림지(義林池)였는데, 그는 일사(逸士)가 이 의림지를 보면 장자(莊子)가 노닐던 신선의 호수로 볼 것이고, 미인이 와서 보면 서자(西子)가 노닐던 이름난 호수와 비교할 것이라고 하였다. 또 이 못의 승경은 일 년이 지나도록 놀며 완상해도 다하지 못할 것이지만 여기서 방황만 하고 가지 않을 수는 없다고 하며, 시 짓고 싶은 생각에 후련한 마음으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한 수 짓는다고 했다.

                                池邊楊柳綠垂垂(지변양류녹수수) 못가 수양버들 푸른 가지 드리우니

                                黯黮春愁若有知(암담춘수약유지) 암담한 봄 시름을 아는 듯하네

                               上有黃鸝啼未已(상유황리제미이) 나뭇가지 위 꾀꼬리 쉬지 않고 우니

                               不堪惆愴送人時(불감추창송인시) 임 보내는 서글픈 맘 견디기 어렵네

     이 시는 의림지에서 반나절을 놀고 길을 떠나려는데 숲속의 새와 모래사장의 백구들이 이별의 정회를 돕는 듯하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금원은 유람 중의 승경과 견문, 체험을 서술하면서 그때그때의 감흥을 시로 표출하였다. 그리고 이런 적극적인 사고와 진취적 행동으로 그는 여행 중 이르는 곳을 모두 다 고향으로 인식하는 호방한 기상을 표출하기도 하였다.

                       春雨春風未暫閒(춘우춘풍미잠한) 봄비 봄바람 잠시도 그치지 않는데

                       居然春事水聲間(거연춘사수성간) 어느덧 봄날의 일이 물소리 사이에 있네

                       擧日何論非我土(거일하론비아토) 눈 들어 내 고향 아니라고 어찌 논하겠는가

                       萍遊到處是鄕關(평유도처시향관) 부평초처럼 떠돌다 이르는 곳이 모두 고향이라네

      이 시는 관동 팔경을 유람한 뒤 한양에 이르러 정릉 입구에서 왕십리를 바라보며 지은 시이다. 여자가 규중 깊은 곳에 거처하여 스스로 총명과 식견을 넓히지 못하고 마침내 자취 없이 사라지는 것을 슬픈 일로 인식한 그는, 여성이 자기에게 주어진 공간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큰 세상을 포용해야 한다는 삶의 적극적인 자세를 표명하고 있다. 금원 특유의 활달한 기개와 자의식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렇게 당시 여성에게 주어진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식은 그가 삼호정을 거점으로 여성시회활동을 주도한 데서도 볼 수 있다. 금원은 남편 김덕희가 벼슬을 사양하고 한강변에 있는 용산 삼호정에서 거처할 때 신분적 처지가 비슷한 다른 4명의 여성들과 함께 모여 시를 짓고 교유하였는데, 그 4명은 연천 김이양의 소실인 운초, 송호 서태수의 소실인 박죽서, 주천 홍태수의 소실이며 김금원의 동생인 김경춘, 화사 이상서의 소실인 문화인 경산이다.

      이들은 시간 나는 대로 시를 읊으며 서로 주고받았는데 금원은 동료 여성 시인에 대해 “운초는 재주가 뛰어나고 시로 크게 알려졌으며 자주 나를 방문하여 혹은 며칠씩 머무르기도 했으며, 경산은 아는 것이 많고 박식하였으며 음영에 뛰어났다. 그리고 죽서는 재기가 영민하고 지혜로워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았는데 문은 한유와 소동파를 사모하였고 시 또한 기이하고 고아하였다. 경춘은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단아하고 경사에 널리 통하였으며 시사(詩詞) 역시 여러 사람에 뒤지지 않았다.”고 서술하고, 이들과 서로 어울려 노는데 비단 같은 글이 상에 가득하고 주옥같은 명구가 선반 위에 가득하여 때로 소리 내어 읽으면 낭랑하기가 쇠를 두드리고 옥을 부수는 것 같았다고 하여 자신들의 작품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을 표출하고 있다.

      또한 그는 “다섯 사람이 서로 마음을 잘 알아서 더욱 친하고, 또 경치 좋고 한가한 곳을 차지하여 화조운연(花鳥雲煙)과 풍우일월(風雨日月)이 아름답지 않은 때가 없고 즐겁지 않은 때가 없었다. 혹 더불어 거문고를 뜯고 음악을 들으며 청흥(淸興)을 풀어내다가 웃고 얘기하는 사이에 천기(天機)가 움직이고 그것이 발해져서 시가 되니 맑은 것, 우아한 것, 건장한 것, 담박하고 광대한 것, 슬퍼 한탄하는 것이 있어서 비록 누가 더 나은지 알 수는 없지만 성정을 도야하고 그대로 그려내어 한가하게 자적하는데 있어서는 한가지였다.”고 하여 자신들의 작품 활동이 천기(天機)의 발로에 의한 것이었다는 작가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로서의 이런 자부심은 다음 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春意相逢惜艶暉(춘의상봉석염휘) 봄뜻으로 서로 만나니 고운 석양빛이 아쉽고

                    柳眉初展古腮肥(류미초전고시비) 싹은 처음 트고 야윈 뺨에 생기 도네

                    尋詩厚餉看花福(심시후향간화복) 시를 찾으며 꽃 보는 복 후하게 누리니

                    誰遣仙娥共息機(수견선아공식기) 누가 아리따운 선녀 보내 함께 쉬게 해 주었나

  

                    送盡東風客未還(송진동풍객미환) 봄바람 다 보냈는데 객 아직 돌아오지 않아

                    一春多痕更多閒(일춘다흔경다한) 봄날 괴로움도 많지만 한가롭기도 하다

                    觴吟共許名場外(상음공허명장외) 술잔 기울이고 읊조리며 함께 장외의 명성 얻었으나

                    透淂浮生夢覺關(투득부생몽각관) 맑게 들여다보니 뜬 인생 꿈인 것을 깨달았네

                       (後略) (후략)

      아름다운 봄날을 완상하기 위해 모였는데 해가 지려하니 마냥 아쉬울 따름이다. 여기서도 그는 만물이 피어나는 봄을 만끽하며 시로 풍류를 즐기는 자신들을 선녀에 비유하여 그들의 모임에 대한 자족과 자부심을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런 뛰어난 재질과 능력으로 대외적으로도 명성을 얻었지만 결국 인생은 덧없는 것이라는 소회를 폄으로써 삶을 초탈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인생무상을 체득하며 삶을 관조하는 성숙한 시인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한편 금원은 이런 동료 여성과의 교유 외에 해옹(海翁) 홍한주(洪翰周), 자하(紫霞) 신위(申緯), 운고(雲皐) 서유영(徐有英) 등 남성 문인들과도 활발한 교유를 가졌는데, 이 중 서유영과 홍한주는 당시 대표적 시사였던 남사(南社)와 낙사(洛社)의 주요 인물이었다. 그리고 서유영이 금원에게 금원의 재예를 칭송하는 〈관동죽지사(關東竹枝詞)〉 11수를 지어주고, 죽서의 시에 운고에게 화답한 시가 여러 편 있는 점, 그리고 『죽서집(竹西集)』의 서문을 홍한주가 쓰고 운초가 자하 신위와 시를 주고받은 점 등으로 미루어 보아 당시 삼호정시회는 명실상부한 여성 시회로서 남성 시사의 문인들과 적극적으로 교유하며 시회로서 손색없는 활동을 전개해 나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여성 시회의 활동은 여성 문학의 사회적 공간을 확대하고 여성 공동체에 대한 자각을 새롭게 했다는 점에서 여성 문학사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런 여성 시회 활동은 단순히 신분적 동질감으로 당시 사회적 신분에서 오는 소외감을 달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글을 씀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삶의 의의를 찾고자 했던 자아인식의 확고한 행위라는 적극적 의미를 지녔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참고문헌>
      1. “김금원(金錦園), 니이버 한국고전여성시사, 국학자료원, 2011.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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