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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학자 연암이 꿈꾼 세상은 상업국가가 아니라 소농 공동체이다
 tlstkdrn  | 2018·01·12 14:41 | 조회 :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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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학자 연암이 꿈꾼 세상은 상업국가가 아니라 소농 공동체이다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시인, 문학평론가) 신상구

      <허생전>의 저자인 연암 박지원은 정약용, 홍대용, 홍양호 등과 함께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실학자이다.
      허생은 집 안에서 책만 읽는 무능한 가장이었다. 아내에게 구박을 받던 어느 날, 그는 한양 최고의 부자인 변씨에게 돈 1만냥을 빌렸다. 허생은 빌린 돈으로 과일과 말총을 사재기해 되파는 방식으로 재산을 크게 불렸다. 그는 벌어들인 돈으로 무인도를 사고, 그곳에서 도둑들과 함께 농사를 지었다. 이후 허생은 변씨에게 갚을 돈을 제외한 나머지 재물을 바다에 버리고는 이완 장군을 만나 북벌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계책이 실현되지 않자 다시 홀연히 떠났다. 
       연암(燕巖) 박지원(1737∼1805)이 쓴 ‘허생전’이다. 허생전은 박지원이 1780년 북경을 다녀온 뒤 쓴 소설로, 열하일기(熱河日記)에 실린 7편의 ‘옥갑야화’(玉匣夜話) 중 한 편이다. 오늘날에는 허생전이 박지원의 대표작으로 평가받지만, 이야기는 당대에 퍼져 있던 ‘허생고사’(許生故事)를 기반으로 했다. 지금까지 허생전에 대한 주류 해석은 연암을 실학자이자 북학파의 영수로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허생이 벌인 활동에 주목해 연암이 상업과 무역을 지지했고, 기존의 무능한 양반 세력을 비판적으로 인식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일부 학자는 허생전에서 자본주의적 근대, 내재적 발전론의 실마리를 찾기도 했다.  하지만 강명관 부산대 교수는 신간 ‘허생의 섬, 연암의 아나키즘’에서 이 같은 시각을 모두 부정한다. 그는 연암이 상업과 무역을 장려하고자 했다는 주장은 근대적 독법에 따른 것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연암이 그리려던 세상은 상업 국가가 아니라 권력 없는 공동체였다고 주장한다. 실학자로 분류된 연암을 아나키스트로 보는 새로운 관점이다.   
        강 교수는 실학이 사족 중심 체제를 뒤집으려는 개혁사상이 아니라, 성리학에 기반을 둔 자기조정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암이 이런 자기 조정 프로그램의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걸 인식하고 있었다”며 허생전을 상업과 연결하는 해석을 부정한다. 
        연암이 상업을 중시하지 않았다는 점은 허생전을 통해 확인된다. 허생이 막대한 부를 쌓은 뒤 섬으로 떠났다는 점, 돈을 바다에 버렸다는 점 등이다. 강 교수는 옥갑야화에서 허생전 앞에 실린 6편의 이야기에도 주목한다. 이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생명과 윤리, 공적 이익, 인간관계다. 연암은 오히려 화폐로 인한 경제 변화가 사회에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판단했다. 강 교수는 “연암은 상업을 부정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어떤 경우에도 이익의 추구가 인간의 윤리에 선행할 수 없고, 이익 추구는 당연히 윤리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역설한다.  
        결론적으로 강 교수는 연암이 바란 세상은 근대적 상업 국가가 아니라고 단정한다. 연암이 꿈꾼 유토피아는 허생전에 등장하는 무인도처럼 국가와 양반에게 착취당하지 않는,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 소농 공동체였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연암은 실학자들이 내놓은 개혁안이 실현될 수 없음을 깊이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허생의 섬은 국가 이데올로기가 작용하지 않는 급진적 공간이었다”고 평가한다. 이어 “연암이 허생의 섬에서 구현한 아나키즘은 근거 없는 상상력의 결과물이 아니다”라며 “연암은 민중의 희망을 폭넓게 반영해 허생의 섬에 구현하고자 했다”고 주장한다.
                                                                                     <참고문헌>  
         1. 권구성, “실학자 연암이 꿈꾼 세상은 소농 공동체였다”, 세계일보, 2018.1.12.일자.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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