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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단체 자화상과 공허한 文藝지원
 tlstkdrn  | 2018·02·03 01:52 | 조회 : 91
문학단체 자화상과 공허한 文藝지원

   우리나라에는 한국문인협회(문협), 국제펜한국본부, 한국시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작가회의 등 여러 문학 단체가 있다. 이 중 문협, 국제펜한국본부, 한국작가회의가 시·시조·소설·희곡·평론·수필·아동문학 등 문학의 모든 부문을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종합단체라면, 한국시인협회는 이름 그대로 시인들의 단체이고 한국소설가협회는 소설가들로 구성된 단체다.
   이 밖에도 시조·희곡·평론·수필·아동문학 등 여러 분야의 문인들이 각기 부문별 특성에 맞는 단체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대부분 사단법인으로 등록돼 있는데, 전국 각지의 임의단체나 소규모 동인회까지 포함하면 문학 단체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하지만 문학 단체라고 해서 똑같은 문학 단체가 아니다. 문학 단체는 역사와 전통, 성격과 규모에 따라 그 위상과 역할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문협, 국제펜한국본부, 한국시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작가회의 등은 실질적으로 우리 문단을 이끄는 중추적 단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 단체가 심혈을 기울여 시행하는 문학 관련 사업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이런 문학 단체의 운영에 관해 세간의 오해가 적지 않다. 더러는 문학 단체가 정부 또는 유관 기관으로부터 거액의 지원금을 받아 직원들 인건비에다 사무실 운영비까지 충당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결코 그렇지 않다. 어디까지나 회원들이 갹출한 회비로 운영한다. 다만, 일부 사업의 경우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로부터 약간의 지원금을 받을 뿐이다.
   그렇다면 문학 단체는 어느 정도의 지원금을 받고 있는가. 이 문제는 단체마다 들쭉날쭉 지원 금액의 편차가 있어서 일괄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다른 문학 단체의 속사정은 잘 모른다. 하지만, 참고로 우리나라 문학 단체 중 가장 덩치가 큰 문협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문학진흥정책이 얼마나 공허하고 유명무실한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1961년에 태어난 문협은 50년이 넘도록 한국 문단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전영택·박종화·김동리·조연현·서정주·조병화 등 역대 이사장의 면면만 보더라도 대충 문협의 위상을 알 수 있다. 특히, 문협은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한국예총)의 회원 단체로서 건축·국악·무용·미술·사진·연극·영화·음악·연예 등 여러 분야와 어깨를 나란히 해 오랜 세월 우리나라 예술문화 발전을 이끌어 왔다.
   문협 회원은 현재 1만3800여 명을 헤아린다. 국제펜한국본부 회원이 3800여 명, 한국작가회의 회원이 3000여 명인 데 비해 문협은 월등히 많은 문인의 결집체라 할 수 있다. 조직도 방대하다. 국내외에 18개 지회와 178개 지부를 두고 있으니, 누가 뭐래도 거대 단체임이 틀림없다. 이렇듯 중량급 몸집을 가진 문협은 1968년에 창간한 기관지 ‘월간문학’ 외에도 계간지 ‘한국문학인’을 통해 회원들에게 작품 발표의 지면을 제공하는 한편 한국문학심포지엄, 마로니에전국청소년백일장, 전국대표자대회, 각종 문학상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우리 문단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있으나 마나할 정도로 미미하다.
   지난해 문예위가 문협에 지원한 연간 예산은 ‘월간문학’ 원고료 2400만 원, 문학주간 한국문학대축전 행사 670만 원, 아카이빙 사업 1320만 원으로 총 4390만 원이었다. 이는 회원 1인당 3000원 남짓한 금액이다. 더도 덜도 아니고 이게 문협이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의 전부라면 과연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낯을 들 수 없을 만큼 부끄럽다. 그동안 수도 없이 지원금 증액을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문협은 원칙 없고, 일관성 없고, 객관성까지 결여된 문예위의 ‘기간문학 단체활동 지원사업’에 대해 강력한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추악한 블랙리스트 파문에 휩싸였던 문예위는 늘 그렇듯이 이런저런 예산 핑계를 대면서 장차 그나마 지원이 끊길 거라는 둥 허탈한 동문서답으로 어깃장을 놓았다. 그러니 이제 자존심 강한 문인들 사이에서는 아예 그 ‘눈곱만 한’ ‘병아리 눈물 같은’ 지원 자체를 거부하자는 목소리까지 불거져 나오는 실정이다.
   이런 사정도 모르면서 항간에선 한국문학을 사정없이 질타한다. 특히, 한국문학은 어찌하여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하느냐고 눈을 흘기며 핀잔만 준다.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한 여건 조성은 고사하고 문학이 설 자리를 잃어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데도 앞뒤 가리지 않고 그런 꾸지람만 해대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한편, 문예위의 알량한 지원도 엄격히 말하면 문학 단체를 위한 지원이 아니다. 그것은 명목만 ‘문학 단체 지원’일 뿐 그 성격을 정확히 들여다보면 ‘단체’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사업’에 대한 지원이다. 지원금은 문학 단체가 수령하지만, 그 돈을 문학 단체 운영비로 쓰는 게 아니고, 사업을 통해 그 ‘혜택’을 문인들에게 골고루 배분해 준다는 뜻이다. 따라서 문학 단체는 지원금을 받더라도 신청에서 집행과 정산에 이르기까지 ‘행정적 심부름’만 하는 셈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예산 전용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로 이제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건 범법행위일 뿐만 아니라, 정부의 지원 시스템 또한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니다. 인터넷 신청 절차와 정산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까다로운지, 여러 문학 단체의 실무 담당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머리에서 쥐가 날 지경이라고 혀를 내두르며 손사래를 친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문학 단체의 민낯이요, 자화상이다.  
                                                       <참고문헌>
   1. 이광복, "문학단체 자화싱과 공허한 문예지원", 문화일보, 2018.2.2일자. 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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