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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했던 한국 최초의 작곡가 김순애 이야기
 tlstkdrn  | 2018·06·04 01:21 | 조회 : 83
고독했던  한국 최초의 작곡가 김순애 이야기

   방송국은 서울에 KBS 하나밖에 없던 옛날 일이다. 음악 감상 시간이 일주일에 한 번 있었다. 유명한 서양 작곡가의 교향곡과 그 명곡을 해설하는 여성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음악에 대한 지식이 풍부할 뿐 아니라 음성 또한 청취자를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작곡가 김순애가 바로 그 사람이었다. 어느 유명 작가가 잡지에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여성'이란 글을 올렸는데 한 사람은 주증녀라는 영화배우이고 또 한 사람은 김순애를 지목했다. 그는 얼굴 좌우 균형이 잡힌 전형적 미인으로, 누가 봐도 호감이 가는 얼굴이었다.
   그는 1920년 12월 22일 황해도 안악에서 가난한 목사의 딸로 태어났다. 어머니 등에 업혀 교회에 가서 아버지 설교를 듣고 돌아오면서 설교 내용을 달달 외우곤 하였다고 그의 어머니가 자랑하였다. 그러나 그런 재능이 몇 살 때까지 이어졌는지는 모른다.
   그는 함경북도 길주(吉州)소학교를 졸업하고 기독교 계열의 성진 보신여학교와 함흥 영생여고를 거쳐 서울 배화여고(培花女高)로 편입했다. 선교사들에게 영어와 피아노를 배웠다.  
   그는 여고 1학년 때부터 줄곧 우등생이었고 이화여전 작곡과에 다닐 때에도 그랬다. 1937년 이화여전 피아노과에 진학하여 본과 2학년까지는 피아노에 매달렸지만, 미국유학에서 귀국한 김세형(金世炯)의 화성학 시간에 매혹되면서 작곡에 관심을 갖게 됐고, 김세형 교수의 권유로 작곡과로 옮겼다. 1938년 김순애의 첫 창작곡 "네잎 클로버"는 이화여전 재학시절 자작시(自作詩)에 의한 작품이다. 김순애의 공개적인 첫 작품발표는 1939년 부민관에서 열린 이화음악회였다. 그녀는 이 무대에서 자신의 작품인 "변주곡"을 직접 연주했다. 1941년 이화여전 졸업연주회에서 자신의 작품 "바이올린 소나타"를 발표했을 때, 바이올린은 계정식이 맡았고 피아노는 자신이 맡아 연주하였다.
   1941년 이화여전 작곡과를 졸업한 후 대구 신명여고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했고, 그 뒤 서울의 경기여고에서 교편을 잡았을 때 광복을 맞이하였다.
   1945~1953년 사이에 작곡된 가곡으로 "동경"·"환상"·"밤" 등이 있다. 1946년 8월 15일 개인 작곡발표회를 가졌으며, 다수의 가곡과 기악소품을 발표하였다.1953년부터 숙명여대(淑明女大)에 재직했다. 1954년 5월 30일 『김순애가곡집』이 국민음악연구회에서 발간되었다.
   김순애는1955년 도미(渡美)하여 이스트만(Eastman)음대 대학원을 1957년에 졸업했으며, 1960년부터 이화여대 교수를 지냈다. 매우 순탄하게 흘러간 것 같지만 그의 인생 행로는 고달프기 짝이 없는 가시밭길이었다. 학생 시절에 연희전문에 다니던 어떤 문학청년과 깊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했다지만 그 문학청년은 곧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들었다. 그것이 김순애의 생애에 있었던 첫 시련이었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서 유명한 바리톤 김형로와 새로운 삶을 꾸려나가게 되었다.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하던 그는 불행하게도 6·25사변 때 납북되어 그 뒤의 소식을 아는 사람은 없다. 김순애는 홀로 딸 셋을 키우면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성격이 불같아서 쾌활하게 강의하다가도 어떤 학생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면 화를 내고 야단치며 그 학생을 향해 백묵을 던지기도 하였다고 들었다. 그런 성격 때문인지 남자건 여자건 가까운 친구가 없었고 언제나 고독하기 짝이 없는 김순애였다.
   그는 이스트먼음악학교 전액 장학생으로 가 유명한 작곡가 호바네스의 지도를 받았는데 호바네스는 김순애의 뛰어난 재능을 인정하고 이스트먼음악학교의 작곡상을 그에게 수여하였다. 상이란 상은 그가 다 받은 셈이다. 서울시 문화상을 비롯하여 제1회 한국 작곡상, 동요 작곡상, 대한민국 작곡상을 모두 휩쓸었고 그런 경력 때문에 1993년에는 삼일문화상도 받았으며 예술원 회원으로도 추대되었다. 작곡 발표회도 여러 번 가졌고 '파랑새'를 비롯하여 '진달래' '황혼이 짙어질 때' '해당화' '어머니의 자장가' '한강은 흐른다' 같은 작품을 남겼다. 김남조가 시를 쓰고 김순애가 곡을 붙인 '그대 있음에'는 널리 애창되는 가곡이다.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고요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그대 있음에/ 내 마음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 김순애의 노래가 있어 김남조의 '그대 있음에'는 더욱 유명한 시가 되었다. 그리고 그의 '4월의 노래'를 모르는 한국인은 많지 않다. 그 시는 박목월 작품이다.
   김순애를 잊지 못하는 까닭이 하나 있다. 4·19가 터지고 사회가 극도로 혼란해진 가운데 대학도 크게 흔들렸고 전국적으로 비상사태가 벌어졌다. 연세대도 예외가 아니었다. 교수들의 농성 사태에 항의하여 학교에 사표를 던진 '7교수'가 있었다. 최현배, 최재서, 김하태를 필두로 일곱 교수가 들고일어나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던 어느 날, 누군가가 김순애를 만나서 연세대에 분규가 있음을 알려 주었다. 그때 김순애는 이렇게 한마디 물었다고 한다. "김동길 교수는 어느 편이랍니까?" 그 사람이 대답하였다. "7교수편이랍니다." "그렇다면 나는 '7교수'가 옳다고 믿습니다"라고 김순애는 대답하였다. 그리고 그 이상 연세대 분규에 대해 캐묻지 않더라고 했다.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교수가 정치적으로 변모해 농성 사태를 벌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런 식으로 이야기한 것이다.
   1970년 제2회 서울음악제 때 혼성합창 "당신은 새벽에 나의 목소리"를 출품했고, 1972년 12월 19일 영락교회에서 성가발표회를 열었으며, 1973년 제5회 서울음악제 때 "교향악"을 출품하였다. 1976년 10월 13일 「실내악의 밤」 때 "음률"(音律)을 발표했고, 1977년 12월 6일 국립합창단 제8회 정기공연 때 "뱃노래"를 발표했으며, 1980년 10월 28일 한국예술가곡연구회(韓國藝術歌曲研究會)의 「여류 작곡가의 밤」 때 출품하였다. 1986년 2월 25일 이화여대 김영희홀에서 정년퇴임 기념음악회가 열렸다. 같은 해 11월 3~4일 한국음악협회 주최 제18회 서울음악제 때 출품하였다.
   김순애는 이화여대에서 정년퇴직한 후 딸들이 있는 미국으로 가 살다가 워싱턴주 타코마의 한 병원에서 87세를 일기로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그는 고국 땅에 묻히게 해달라고 애원하였다. 그가 다니던 영락교회에서 영결 예배가 거행되었는데 둘째 딸 초영이의 부탁을 받고 그 예배에서 내가 짧게 한마디 추모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매슈 아널드의 '애도의 시'를 한 줄 읊었다. "(죽음을 상징하는) 주목나무 잎사귀를 뜯어서 뿌리지 말고 그녀 위에 장미꽃잎을 뿌리세요, 장미꽃잎을(Strew on her roses, roses, and never a spray of yew)." 고독하였기에 더욱 아름답던 김순애,순수하였기에 더욱 고독했던 김순애, 그는 오늘도 하늘나라의 꽃밭을 거느리고 있을 것이다. 그가 그리던 '그대'를 이미 만났는지, 그 '그대'를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 김순애의 '그대'가 누군지를 나는 잘 모르기 때문에! 김순애는 하늘나라에서도 우리를 다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김순애는 5회에 걸쳐 작곡발표회를 가졌고, 작품으로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은 소나타"(1961)·"피아노곡 황혼"(1946)·가곡 "그대 있음에"(1964) 등이 있고, 작품집으로『김순애가곡집』(1953)·『김순애동요곡집』(1957)·『그대 있음에』(1968) 등이 있다. 저서로는 『역사에 비친 음악가들』(1976)이 있다. 1974년 제1회 한국작곡상(한국음악협회), 1977년 한국아동음악상, 대한민국예술원상, 국민훈장 모란장, 3·1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참고문헌>
   1. "김순애(金順愛)",  네이버 한겨레음악대사전, 도서출판 보고사, 2012. 11.2.
   2. 김동길, "목련꽃 그늘 아래서… 최초의 여성작곡가 김순애를 그리워하네", 조선일보, 2018.6.3일자. A2면.
                                                            <필자소개>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63번지 담안 출생
.아호 대산(大山) 또는 청천(靑川), 본관 영산신씨(靈山辛氏) 덕재공파(德齋公派)  
.백봉초, 청천중, 청주고, 청주대학 상학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 “한국 인플레이션 연구(1980)”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 “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2011)"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한국상업은행에 잠시 근무하다가 교직으로 전직하여 충남의 중등교육계에서 35년 4개월 동안 수많은 제자 양성
.주요 저서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아우내 단오축제』,『흔들리는 영상』(공저시집, 1993),『저 달 속에 슬픔이 있을 줄야』(공저시집, 1997) 등 4권.  
.주요 논문 : “천안시 토지이용계획 고찰”, “천안 연극의 역사적 고찰”, “천안시 문화예술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 “항일독립투사 조인원과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 “한국 여성교육의 기수 임숙재 여사의 생애와 업적”, “민속학자 남강 김태곤 선생의 생애와 업적”, “태안지역 무속문화의 현장조사 연구”, “태안승언리상여 소고”, “조선 영정조시대의 실학자 홍양호 선생의 생애와 업적”, “대전시 상여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천안지역 상여제조업체의 현황과 과제”, “한국 노벨문학상 수상조건 심층탐구”, “중봉 조헌 선생의 생애와 업적” 등 93편
.수상 실적 : 천안교육장상, 충남교육감상 2회, 통일문학상(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 2회, 교육부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문학 21> 시부문 신인작품상, <문학사랑>·<한비문학> 문학평론부문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  
.한국지역개발학회 회원, 천안향토문화연구회 회원, 대전 <시도(詩圖)> 동인, 천안교육사 집필위원, 태안군지 집필위원, 천안개국기념관 유치위원회 홍보위원,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이사 겸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보문산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 홍보위원, 동양일보 동양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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