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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왕충의 인생철학
 tlstkdrn  | 2018·06·08 16:14 | 조회 : 60
중국 왕충의 인생철학 이야기

 왕충은 공자와 맹자를 성인으로 존중했지만 그들이 남긴 말에 자신의 생각과 다른 곳이 있으면 서슴지 않고 비판했다. 그에게 진리는 성인 위에 있었던 것이다. 그가 보기에 천지는 의도가 없으며 만물은 그저 우연히 생겨날 뿐이었다. 그의 숙명론은 스스로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끝내 세상과 어울리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위로하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성은 왕(王), 이름은 충(充), 자는 중임(仲任)이다. 후한이 막 건국된 시기에 태어났다. 가계는 화려하지 않았다. 가까운 선조는 무공을 세워 벼슬을 얻기도 했지만 주먹을 먼저 내세우는 난폭한 기질로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녔다. 아버지 대에 이르러서도 본래 살던 회계군 전당현에서 이웃과 잘 지내지 못하여 상우현으로 옮겼는데 이때 그가 태어났다. 가세는 기울 대로 기울었고 세상은 어지러웠다.
   각지에서는 반란이 끊임없이 일어났고 거듭된 흉년은 삶의 근본을 무너뜨렸다. 콩 다섯 되를 황금 한 근과 맞바꿀 정도로 곡식이 귀한 시대였기에 굶어죽은 백성의 시신이 도랑과 구덩이에 가득했다. 살아남은 것은 운에 지나지 않았다. 가계의 영향인지 그 또한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일찍부터 학문에 뜻을 두고 공부에 매진했지만 미천한 가문 출신에다 까칠한 성격, 어느 모로 보나 세상의 환영을 받기에는 어려운 신세였다.
   일찌감치 고향을 떠나 수도인 낙양으로 갔다. 태학에 들어가 공부했는데 거기서 훌륭한 스승을 만났다. 그의 스승 반표(班彪)는 당대 첫 손가락에 꼽히던 학자로 한서를 편찬한 반고(班固)의 아버지였다. 그로부터 유학의 경전을 배우고 하루에 천 자가 넘는 글을 암송했다. 스무 살이 되었을 때는 스승을 떠나 홀로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산해경, 회남자, 주비산경 등 천문 수리서에 각별한 관심을 두었고 천체를 관측하여 태양의 운행에 관한 글을 쓰기도 했다. 가난하여 책을 구할 수 없었기에 서점을 돌아다니며 책을 암기했다. 그렇게 그는 유학의 경전과 제자백가의 문헌을 머릿속에 간직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성인의 말씀으로만 여겼던 경전의 내용에 앞뒤가 맞지 않거나 잘못된 곳이 눈에 띄었던 것이다. 공자에게 따져 묻고 맹자를 풍자한 까닭이다.
   사색을 깊이 하고 공들여 글을 썼지만 사람들은 미천한 출신이라 지레 얕보고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말했다. 봉황이나 기린이 대를 이어 나오지 않는 것처럼 사람에게 성현의 종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곤(?)과 고수(??)는 모두 악인이었지만 그 자식인 우(禹)와 순(舜)은 성인이 되었고 공자나 묵자도 조상은 어리석었지만 둘 다 성인이 되지 않았는가. 미천한 가문에서도 얼마든지 뛰어난 인물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거짓이 참을 이기는 시대였다. 황제까지 허망한 부적을 믿고 나라를 다스렸고 학자들은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왕권은 하늘의 뜻에 따른 것이라는 왕권천수설과 하늘과 사람이 감응한다는 천인감응론을 만들어냈고, 하늘은 착한 사람에게 복을 내리고 악한 자에게 재앙을 내린다는 헛된 말로 백성을 속였다. 심지어 부적이나 주문을 외워 출세하는 자도 나타났다. 어지러운 현실을 돌아보지 않고 하늘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반동의 시대에 유학의 전통적 성찰 공부는 실종되고 말았다. 성인의 말씀이 부와 권력의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
   거꾸로 가는 시대를 보고 그는 냉소만 하고 있지는 않았다. 역사의 진보를 믿었던 그는 온 힘을 다해 동시대 유학자들의 허망한 주장을 비판했다. 유학자들은 말하길 옛날이 지금보다 낫다 하나 그것은 옳은 말이 아니다. 이전에는 신하로서 임금을 공격해 나라를 차지했지만 한나라의 고조나 광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전의 왕들은 세력을 등에 업고 나라를 세웠지만 고조나 광무제는 평민 출신으로 황제가 되었으니 한나라의 덕이 주나라의 덕보다 큰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의 덕이 유독 그에게는 미치지 못했는지 끝내 가난한 처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가 남긴 <논형>(論衡)이라는 책은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성인의 말에 보이는 잘못을 보지 못하고 무조건 따르는 동시대 유학자들의 어리석은 풍조를 바로잡기 위해 쓴 것이다. 그는 먼저 공자가 훌륭한 스승이었는지 의심했다.
   맹의자가 공자에게 효에 대해 묻자 “어기지 말라”고 말해주었다가, 맹의자가 물러간 뒤 제자 번지가 무슨 뜻이냐고 묻자 그제야 ‘예를 어기지 말라’는 뜻이라고 일러주었던 일이 있다. 그는 애초에 공자가 맹의자에게 분명하게 일러주지 않은 것은 훌륭한 스승의 도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공자가 자공에게 너와 안회 중 누가 나으냐고 물은 뒤 자공이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고 자신은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아니 안회가 더 낫다고 대답하자 공자가 자공을 칭찬한 일을 두고, 안회와 자공을 굳이 비교한 공자의 처사는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재여가 낮잠을 잤다는 이유로 썩은 나무에까지 비유하며 심하게 질책한 일도 지나쳤다고 비판했다.
이어 군자 됨을 그토록 강조하던 공자가 과연 스스로 군자답게 행동했는지 물었다. 공자가 소문이 좋지 않은 위나라 영공의 부인을 만나러 가는 것을 자로가 만류하자 공자는 내가 잘못을 저지른다면 하늘이 나를 버릴 것이라고 하였다. 이 일을 두고 그는, 만나야 할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하늘을 끌어들여 변명한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반란을 일으킨 공산불요라는 자가 불렀을 때 공자가 자로에게 공산불요가 자신을 공연히 부를 리가 없다며, 만약 자신을 불러준다면 주나라를 다시 만들 것이라고 변명한 것은 비루한 말로서 군자답지 못한 태도라 비판했다.
   인간의 삶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맹자 또한 그의 날카로운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눈동자만 보고 사람의 선악을 알 수 있다고 한 맹자의 말은 터무니없는 이야기이며, 오백년마다 훌륭한 왕이 나타난다는 이야기 또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허망한 말로 믿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맹자가 제나라에서 연나라를 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한 뒤 나중에 비난을 받자, 누가 치는 것이 좋으냐고 물었다면 제나라가 치는 것이 좋다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맹자가 천명을 논하면서 형벌을 받아 죽는 것은 올바른 명이 아니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폭군에게 죽임을 당한 비간이나 오자서, 공자의 제자 자로가 모두 올바른 명에 죽지 못한 이들이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공자와 맹자를 성인으로 존중했지만 그들이 남긴 말에 자신의 생각과 다른 곳이 있으면 서슴지 않고 비판했다. 그에게 진리는 성인 위에 있었던 것이다. 그는 40살 무렵부터 벼슬에 나아갔지만 윗사람과의 잦은 불화로 승진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늘 말단의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던 그는 63살 되던 해에 친구 사이오(謝夷吾)의 추천으로 황제의 부름을 받았으나 몸이 병들고 나이가 많아 나아가지 못했다가 71살에 집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천지가 의도를 가지고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어낸다는 당시의 이야기들은 속된 유학자들의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그가 보기에 천지는 의도가 없으며 만물은 그저 우연히 생겨날 뿐이었다. 그것은 마치 부부가 사랑을 나눌 때 자식을 얻으려는 마음이 없어도 자식이 우연히 태어나는 것과 같다. 천지 사이에서 사람이 태어나는 것 또한 연못에서 물고기가 태어나고 이가 사람의 몸에 붙어 서캐를 낳고 서캐에서 가랑니가 태어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천지의 작용을 우연으로 본 만큼 그는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라고 보았다. 벼슬하느냐 아니냐는 한 사람의 재능에 달린 것이 아니다. 같은 수준의 재능을 가져도 만나는 시대에 따라 출세를 할 수도 못할 수도 있고,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알아주는 임금을 만나지 못하면 등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자나 맹자가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닌가. 그러니 인간의 삶은 인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운명은 철저하게 하늘에 종속되어 있고 하늘은 우연에 의해 움직인다. 결국 그는 이렇게 숙명론자가 되고 말았다. 스스로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끝내 세상과 어울리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위로하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진실을 밝히고 올바른 의논을 세우기 위해 글을 썼다. 하지만 시대와 조우하지 못한 이에게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미망일 뿐이다. 미천한 가문에 태어난 그로서는 사법과 가법의 사승을 중시하고 전통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시대에 맞서기엔 역부족이었다. 세상을 믿을 수 없어서일까, 스스로 자신의 전기를 남겼다. 그는 이렇게 썼다.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기를 구하지 않았고 가난해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그가 비록 세상을 바꿀 수는 없었지만 세상 또한 그를 바꾸지 못한 것이다.
                                                             <참고문헌>
   1. 전호근, "만물은 우연히 생겨나고 성인도 잘못을 저지른다", 한겨레신문, 2018.6.8일자.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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