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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근원과 인간의 본질을 탐구했던 주돈이의 학문세계
 tlstkdrn  | 2018·07·06 14:09 | 조회 : 67
우주의 근원과 인간의 본질을 탐구했던  주돈이의 학문세계

   주돈이는 유학의 고전 중에서 <중용>의 내용을 근간으로 우주와 인간을 아우르는 방대한 사상체계를 수립했다. 인간의 마음에는 성(誠)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그것을 드러내 밝히면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는 인간의 거대화를 시도한 유학의 장대한 이상에 부합한다. 우주론을 인간적 가치 속에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새로운 사상을 제기했다고 평가받는다.
    성은 주(周), 이름은 돈이(敦?), 자(字)는 무숙(茂叔), 호(號)는 염계(濂溪)다. 문치를 장려했던 송나라 진종의 시대에 태어나 인종의 치세를 오롯이 누렸다. 검소한 황제는 전쟁보다 평화를 선택했고 문인과 학자들이 발탁되어 조정에 섰다. 유학의 고전을 부지런히 읽으면 벼슬이 보장되던 태평의 시대였다.
어떤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배워서 성인이 될 수 있습니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된다.” 배워서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이 단호하고 짤막한 대답이야말로 지나간 성인을 위해 끊어진 학문을 잇고, 만세를 위하여 태평을 열고자 하는 새로운 유학, 성리학의 개막을 알리는 첫마디였다.
     이전까지 성인은 하늘의 뜻에 따라 태어나는 것이지 배워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나라와 당나라의 유학자들은 백성에게는 덕이 없고 왕의 교화에 의지해서만 덕을 이룰 수 있다는 동중서의 반유학적 명제를 진리로 받아들여 그저 문자를 풀이하고 경전을 외는 일에 골몰할 뿐 스스로 성인이 되고자 노력하지 않았다. 그 결과 사대부들에게 개인의 행복을 구하는 양생술은 성행했지만 수기치인의 학문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고 노장사상이나 불교는 인기를 끌었지만 유학은 설 자리를 잃었으며 학술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그의 이 문답을 시작으로 ‘안자(顔子)가 배웠던 학문을 배우고 이윤(伊尹)이 가졌던 뜻을 지니고’ 스스로 성인이 되고자 하는 유학자들이 비로소 세상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는 성인이 남긴 글을 읽는 데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성인이 되겠다는 포부를 지녔던 것이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당시의 수도였던 개봉으로 가 외삼촌 집에서 자랐다. 13세 무렵, 태극(太極) 모양으로 생긴 물가의 동굴에서 놀다가 태극의 이치를 깨우쳤다 한다. 태극은 훗날 그가 만물의 근원으로 제시한 세계의 원리다. 그는 봄바람 같은 인품을 지닌 사람이었다. 남안에서 하급관리로 있을 때 통판군사 정향(程珦)은 그를 한번 만나본 뒤 바로 두 아들을 그의 제자가 되게 했다. 둘은 훗날 그와 함께 이름을 나란히 하게 되는 정호(程顥) 정이(程?) 형제로, 그의 문하에서 송나라를 대표하는 두 철학자가 배출된 것이다. 그는 두 사람을 가르칠 때 매번 공자와 안자가 즐겼던 일이 무엇인지 찾게 했으며 두 사람은 그를 만난 뒤에 비로소 공자의 제자 증점(曾點)이 지녔던 기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은일(隱逸)을 꿈꾸었으나 스스로 말한 것처럼 시대가 맑았기에 관직을 떠나지는 않았지만 높은 벼슬을 구하지도 않았다. 1036년 처음으로 문서를 담당하는 말단 관리에 임명된 것을 시작으로 관리의 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형벌을 집행할 때 너그럽고 공정한 판결로 이름 높았다. 1044년 상관이었던 전운사 왕규가 죄목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사형에 해당하지 않는 죄인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일이 일어났을 때 그는 사람을 죽여 아첨하는 일을 하면서 관리가 될 수는 없다며 관직을 버리면서까지 사형의 부당함을 항변하여 죄인의 목숨을 구했다. 이후 부임하는 곳마다 공정한 판결로 백성의 사랑을 얻었지만 스스로 이름이 드러나기를 바라지 않았다. 신종이 즉위한 뒤에는 광동전운판관으로 발탁되어 백성을 돌보는 일에 몸을 아끼지 않다가 병을 얻어 여산(廬山) 연화봉(蓮花峯) 아래에 집을 짓고 그곳을 염계(濂溪)라 부르며 은거하다가 57세로 세상을 떠났다.
    같은 시대의 시인 황정견은 그를 두고 마음이 깨끗하여 비온 뒤의 맑은 바람과 밝은 달빛 같았다고 일컬었는데, 여기서 광풍제월(光風霽月)이라는 말이 나왔다. 왕안석은 그를 세 번이나 찾아가 만나려 했지만 만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면서 같은 시대에 살면서 함께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풍운을 몰고 다녔던 개혁가 또한 그의 인품에 반했던 것이다.
    그는 유학의 고전 중에서 철학적 사색이 풍부한 중용의 내용을 근간으로 우주와 인간을 아우르는 방대한 사상체계를 수립했다. 그는 먼저 인간의 마음에는 성(誠)이 갖추어져 있고 그것을 드러내 밝히면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성(誠)은 거짓 없는 참된 마음으로 본래 중용에 나오는 개념이다. 하지만 그가 말한 성은 더 이상 인간 내면에 고립된 왜소한 존재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우주의 근원적 원리와 맞닿아 있는 존재론적 차원으로 확장된 개념이라는 점에서 중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사유의 결과물이다. 그는 ‘성은 하늘의 운행 원리이고 성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라는 중용과 맹자의 사유를 확장하여 성을 우주의 변화 원리로 격상시켰다. 우주의 변화 원리인 성이 인간에 내재되어 있다고 한 것은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일 뿐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우주와 대등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거대화를 시도한 유학의 장대한 이상에 부합한다.
    그는 많은 글을 남겼지만 후세의 학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문헌은 <태극도설>이다. 이 글은 인간과 자연,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던지고 그것을 스스로 풀이함으로써 존재하는 모든 것의 근원에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고 사색한 결과물이다. 249자에 지나지 않는 이 짤막한 글에서 그는 유학은 물론 노장사상과 불교, 전통 음양오행론과 새롭게 이해한 주역의 음양론을 통합하여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수립했다.
    그는 우주의 근원을 ‘무극이면서 동시에 태극’이라는 말로 정의했다. 이어서 이 태극이 움직여서 음양이 생기고 다시 오행(五行)과 사계절의 운행이 일어난다는 식으로 우주의 탄생과 만물의 발생을 이야기한다. 그의 이같은 세계관은 기존의 우주관인 음양오행론이 삼라만상의 변화를 단순한 순환 반복으로 보고 유형(有形)의 사물을 또 다른 유형의 사물로 설명하는 방식이었던 것과 달리 현상과 본원을 각기 다른 차원으로 분리하여 이해하는 형이상학적 세계관을 수립한 것이다. 또 기존의 노장적 세계관에서 ‘도(道)가 하나를 낳고, 하나가 둘을 낳고, 둘이 셋을 낳고, 셋이 만물을 낳는다’는 식으로 만물의 생성을 평면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독창성은 우주의 생성을 이야기하는 부분보다 오히려 인간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태극도설의 전반부에서는 우주의 생성을 이야기하지만 후반부에서는 오직 사람만이 태극과 오행의 빼어남을 얻어 형체가 이루어지면 정신이 지혜를 발휘한다는 반전을 제시한다. 인간을 태극과 오행의 진수를 완전하게 얻은 유일한 존재로 규정한 것이다.
    요컨대 그가 사유한 세계는 기존의 우주론이 일체의 인간적 가치를 초월하는 성격을 지닌 것과는 달리 우주론을 축으로 삼으면서도 인간적 가치 속에 그것을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그는 단순히 기존의 존재론적 사유를 수용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것들을 극복하여 새로운 형태의 존재론을 수립한 것이다. 태극도설의 핵심 내용은 비록 그 속에 우주나 세계에 대한 이해가 들어 있다 하더라도 중심은 바로 인간 주체를 드러내 밝히는 데에 있었기 때문이다.
    우주의 근원과 인간의 본질을 탐구했던 그는 연꽃을 사랑하여 이렇게 이야기했다. 물과 뭍의 초목 중에서 아낄 만한 꽃이 매우 많지만 진의 도연명은 유독 국화를 사랑했고, 당나라 이래로 세상 사람들은 모란을 아주 좋아했다. 나는 홀로 연꽃을 아끼니 진흙 속에서 자라지만 더럽혀지지 않고, 맑은 물에 몸을 씻어도 요염하지 않으며, 속은 비어 있고 겉은 곧으며, 덩굴을 뻗지 않고 가지 치지도 않으며, 멀어질수록 향기가 더욱 맑으며, 당당하고 깨끗하게 서 있어서 멀리서 감상할 수는 있어도 가까이서 함부로 가지고 놀 수는 없다. 나는 생각건대 국화는 꽃 중의 은일이고, 모란은 꽃 중에서 부귀한 자이며, 연꽃은 꽃 중의 군자(君子)이다. 아, 국화를 사랑하는 이는 도연명 이후에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거의 없다. 모란을 좋아하는 이는 의당 많을 테지만, 연꽃을 나만큼 사랑하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유명한 애련설(愛蓮說)이다. 47세 때 지은 이 간결한 글에서 그는 은일과 부귀와 군자로 세 꽃을 비유했는데 후세의 문인들로부터 ‘바꿀 수 없다’는 칭송을 받았다. 그가 사랑한 연꽃은 다름 아닌 군자였던 것이다.
                                                            <참고문헌>
    1. 전호근,  "배워서 성인이 된다", 한겨레신문, 2018.7.6일자.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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