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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없는 삶은 오류
 tlstkdrn  | 2019·06·14 14:25 | 조회 : 28
                                                  
                                                       예술 없는 삶은 오류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을 역임한 원로 인문학자 유종호(84) 문학비평가가 묵직한 저서 2권을 나란히 상재했다. 작금의 사회에 대한 시각과 글쓰기에 대한 만년의 소회가 담긴 에세이집 ‘그 이름 안티고네’(현대문학)와 시에 대한 안목을 넓혀주는 시론집 ‘작은 것이 아름답다’(민음사)가 그것이다.
    대체로 노년에 접어들어 기력이 쇠해질수록 글의 밀도도 느슨해지기 마련인데 유종호의 글쓰기는 여전하다. 난해한 지식 자랑이 아니라, 핍진한 삶의 체험과 오랜 독서와 사유에서 우러나온 진솔한 육성이 인문적 교양으로 담긴 글들이다. ‘그 이름 안티고네’는 ‘만년의 글쓰기’에 대한 소회로부터 시작된다.
    “노년은 삶의 종언이 바로 근접해 있는 시기다. 그것은 먼 우렛소리가 아니라 바로 머리 위에서 나는 포성이요 천둥소리다. 뒤늦은 깨달음처럼 삶이란 죽음으로부터의 도망이요 둔주요 결국 패색 짙고 숨 가쁜 둔주곡(遁走曲)이란 느낌이 든다.”
   생의 끝자락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끝없이 도망가고 싶은 본능적인 욕구, 그것은 이미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의식한 숨 가쁜 도주의 ‘푸가’라는 인식이 비감하다. 그는 이 피할 수 없는 사태를 글쓰기로 맞서고자 한다. 그는 또한 “이른바 노년의 지혜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세상 풍파를 더 겪었다고 해서 각별한 지혜가 생겨난다기보다는 어려움에 대한 면역력이 조금 생겨난 정도라는 것이고, 오히려 노년이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삶의 쇠퇴기여서 그런 시기에 각별한 지혜가 생겨날 리 없다는 것이다. 요컨대 “노년의 지혜란 것은 사실상 자기기만이 곁들여진 장로(長老)이데올로기”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만년의 글쓰기에 대한 소회와 작금 세상에 대한 엄정한 시선을 에세이집에 담아낸 원로 인문학자 유종호. 서울 목동 자택 서재에서 만난 그는 “젊어서는 정신이 최고이고 육체는 그것에 봉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늙어서 보니 육체가 진주어이고 정신은 가주어”라면서 “사실은 정신이 육체를 위해 복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진솔한 성찰은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엄정한 시각으로 확장한다. 표제로 사용한 ‘그 이름 안티고네’에서 그는 놓인 자리에 따라 시각이 달라지는 ‘쏠림현상’에 대해 우려한다. 오이디푸스의 딸 안티고네가 크레온의 명령을 어기고 오라비의 시신을 매장하려다 발각돼 사형선고를 받는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에 대한 미국과 한국 학생들의 엇갈린 시각을 예로 든다. 미국 학생들은 폴리스의 주인인 크레온의 편을 드는 데 비해 한국 학생들은 권력자를 적대적 타자로 간주해 안티고네 쪽을 옹호한다는 것이다. 이 사례에서 그는 “모든 것을 정치적 억압과 저항, 전제와 항거라는 이분법으로 접근하고 그러한 면에서 편향과 쏠림 현상을 보이며 소수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적”이라고 지적한다. 한강의 ‘채식주의자’에서 한국사회의 광기를 짚어내는 외국인 비평가의 시각을 소개하면서는 “과연 우리가 그런 사회에 살고 있구나 싶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한다. 다이내믹하다는 수사로 애써 포장하는 한국사회의 어떤 모습들은 이방인의 눈에 광기로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
    ‘시, 깊고 넓게 겹쳐 읽기’라는 부제를 단 시론집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시를 공부하는 이들은 물론 시인으로 사는 이들이 흥미롭게 읽으면서 안목을 넓힐 만한 글들로 채워져 있다. 백석의 ‘아모르 파티’에서 그는 ‘운명이라는 이름의 자작극’을 본다. 백석은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고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 썼는데 실제로 그의 인생 후반 30여년은 삼수갑산에 유폐되어 살아가는 삶이었으니 “백석의 명편들은 운명이란 이름의 자작극에 부친 자기암시의 대사”라고 그는 보았다. 프로이트의 말처럼 “운명이 외부의 강제 아닌 내부의 자작극임‘을 보여준 사례라는 것이다.
    유종호는 “문학을 포함해서 예술 없는 삶은 오류라고 지금도 믿고 있다”면서 “작가의 삶이 불결하다고 작품을 읽지 않는 것은 독자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지만 손해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진흙 속에 뿌리박고 있다고 해서 연꽃을 외면하지 않듯이 우리는 거기서 세계의 비극적 모순을 보고 성찰의 길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살이는 다름 아닌 ‘수자리살이’라는 게 살아온 삶의 실감에 가장 근접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삶을 병정 노릇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우리는 많은 것을 견디어내고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썼다.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보는 책과 지금도 틈나는 대로 쓰고 있는 시를 모아 펴낼 시집이 만년에도 지치지 않는 그의 향후 ‘둔주곡’이다.
                                                            <참고문헌>
    1. 조용호,  “문학을 포함해 예술 없는 삶은 오류… 지금도 믿어”, 세계일보, 2019.6.14일자.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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