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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구님의 밝달나무숲


군자와 소인의 차이
 tlstkdrn  | 2020·06·03 16:27 | 조회 : 32
군자와 소인의 차이

    공자가 남긴 말 가운데 군자는 특정한 그릇에 제한되는 정도의 사람이 아니라는 '군자불기(君子不器)'가 있다. 특정한 그릇에 갇히면 군자가 아니다. 군자라고도 불리는 수준 높은 사람은 모든 일에 통하는 근본을 지키지 제한된 범위에서 움직이는 기능에 빠지지 않는다. '논어'의 바로 이어지는 문장에 의하면, 군자는 '주이불비(周而不比)'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근본을 지켜서 널리 통하기 때문에 태도는 넓고 매우 공적이다. 반대로 소인은 '비이부주(比而不周)'한다. 기능적으로 같은 주장을 공유하는 자들끼리 뭉쳐서 패거리에 자신을 가둔다. 패거리는 공적이기보다는 더 사적이다.
   군자와 소인 사이에 이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은 무엇인가. '덕(德)'이다. '덕'은 사람을 사람으로 살게 하는 가장 뿌리가 되는 활동력이다.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 근본이다. '비이부주'하여 끼리끼리 같은 주장으로 뭉쳐 그 안에서 진리성과 영광을 공유하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과시하는 자들을 '향원(鄕原)'이라 하는데, 공자는 '향원'을 '덕의 파괴자'로 본다. 집단의 주장을 자기가 한 인식인 양 알고 사는 사람은 덕을 놓친 격이고, 자신의 인식을 바탕으로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태도를 취하는 사람은 덕을 지킨 격이다. '우리'의 소리가 뻔한데, 그것을 '내' 소리로 삼을 뿐 아니라 그것을 진리인 양 휘두르면 대개는 향원이다. 덕을 파괴하는 자는 세상도 파괴한다.
   우리 사회의 진화 정도는 매우 높다. 그것도 매우 빠르게 높아졌다. 높고 빠르게 도달한 이 높이에는 삶의 전략을 전술적인 태도를 가지고 죽어라 따라잡아서 이르렀다. 이제 '전략'의 단계로 올라서야 한다. 전략의 단계는 지식 생산의 단계이고, 전술의 단계는 지식 수입의 단계이다. 우리는 지식 수입의 단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이르렀으니, 지식 생산의 단계로 도약하는 일 외에는 어떤 것도 별 의미가 없다. 다른 각도에서 말하면, 지금은 소위 선도력을 가지려는 욕망을 품는 일이 국가적으로 유일한 시대 의식이 되어야 한다. 전술국가에서 전략국가로, 추종국가에서 선도국가로 올라서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갖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이 높이가 독립과 자유와 풍요를 보장한다. 이 높이에서 지식 생산, 즉 삶의 전략이 구성된다. 지식 생산은 물질 생산과 제도 생산으로 확장된다. 그래서 지식 생산의 태도는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 '주이불비'의 특성을 띤다. 지식 생산자들은 어떤 태도로 무장해 있는가. 그들은 특히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자신과 세상을 궁금해한다. 궁금해하는 태도가 발현될 때, 사람은 보통 질문을 한다. 세상에 등장한 것 가운데 대답의 결과로 나온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모두 질문의 결과이다. 당연히 세상 모든 것은 다 궁금증과 호기심의 산물이다. 별 상관없는 일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질문하는 내면을 가져야 전략국가나 선도국가로 올라설 수 있다.
   '우리'들끼리 공유하는 정해진 주장들은 질문이 튀어나오는 데에 방해가 된다. '나'에게만 있는 호기심이 주도권을 잡아야 튀어나온다. 호기심은 나를 나이게 하는 근본 활동력이자 근본 동력이라는 점에서 '덕'의 표정을 가졌다. 내가 아는 한, '덕'은 호기심에 가장 가깝다. 호기심은 외부 대상에 관심을 갖는 정도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아직 해석되지 않은 곳으로 건너가는 일을 시작하게 해주는 원초적인 힘이다. 불교적으로 말하면 최고의 지혜인 바라밀다의 출발역이다. 대답은 덕이 직접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기보다는 지식과 이론을 제한된 통로로 내보내는 기능적인 활동이지만, 질문은 덕이 실현되는 한 형태이다. 이 세상에 출현한 모든 것이 질문의 결과라면, 세상 자체를 덕 있는 자의 공적으로 볼 수도 있다. 덕을 파괴하는 자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향원은 질문하는 자가 될 수 없다. 대답하는 습관은 의식을 과거를 지향하게 하고, 질문하는 자의 의식은 언제나 미래를 향한다. 결국 향원은 과거를 산다는 말이다. 향원의 인도를 받는 자들도 모두 과거를 살 뿐이다.
   지식 생산자는 덕이 실현되는 질문을 구사하는 자이고, 지식 수입자는 기능을 구현하는 대답을 구사하는 자이기 때문에 지식 생산자가 수입자에 비해 인간성을 더 잘 지키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패거리를 근거로 말하고 패거리의 논리로 세계를 보는 데에 활발한 사람보다는 패거리를 벗어나 독립적 사유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인간성을 더 잘 지키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덕'의 현재형인 '나'를 포기하고, '덕' 대신에 집단의 언어로 채워진 '우리'에 갇히면 질문할 수 없다. '우리'에 갇힌 자는 '덕'이 결여된 사람이다. 대한민국은 부패가 어느 정도는 심한 나라로 평가된다. 문제가 될 정도의 부패는 고학력자들의 부패이다. 왜 이들은 쉽게 부패하는가. 지식 수입에 익숙해져서 지식 생산을 시도하는 야성적 동력인 호기심을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질을 지키려는 숭고함보다는 기능을 행사하는 가벼움에 습관이 들려 있다. 결국 '덕'을 상실한 상태에서 '나'를 살지 않고, '우리'를 살기 때문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살게 해주는 지지대 가운데 하나가   '염치'를 아는 것인데, '나'를 버리고 '우리'를 사는 사람에게는 '염치'가 없다. 염치가 없으면 덕으로 구현되는 인간성도 없다.
   '덕'을 회복하는 일에 집중하자.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답게 살려는 태도가 가장 근본이고, 근본을 지키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때가 되었다. '나는 누구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시간들이 쌓이고 있다.
                                                             <참고문헌>
   1. 최진서, "대답하는 者 과거에 갇히고, 질문하는 者 미래로 열린다", 조선일보, 2020.6.3일자. A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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