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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구님의 밝달나무숲


판소리는 독창적인 한국 음악
 tlstkdrn  | 2021·01·19 22:35 | 조회 : 35
판소리는 독창적인 한국 음악

   한국의 음악은 한국에서 내 생활을 관통하는 주제의 중요한 일부다. 어떤 의미에서는 언어 때문에 장벽이 높은 분야가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국무부의 놀라운 교육 기관인 외교연수원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한국어로 한국 정치와 경제를 배우는 것과, 한국 음악의 한국어로 된 가사를 익히는 것은 완전히 다른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래서 나는 가사에 담긴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려 하기보다, 한국 음악의 소리와 ‘느낌(feel)’을 통해 그 자체를 경험하려고 노력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서양 음악을 들을 때도 나는 노래 속에 들어 있는 가사보다는 한 곡의 분위기와 느낌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감상하는 것을 좋아했다.

   한국에 여러 해 살면서 판소리에 끌린 것도 판소리만이 갖고 있는 바로 그 ‘느낌’ 때문이었다. 내 귀에는 한국의 대중음악은 미국에서 자라면서 들었던 미국 대중음악에서 파생(derivation)된 노래처럼 느껴졌다. 즐겁게 듣지만 내게 한국만의 특별한 음악으로 여겨지진 않았다는 의미다. 80년대 중반에 한국에서 살 때, 당시의 한국인들만큼이나 가수 나미의 노래 ‘빙글빙글’을 즐겨 들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 노래 역시 가사를 빼고는 한국에서의 경험 가운데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아니었다. 미국 가수 마돈나가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음악을 그저 각색(adaptation)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하지만 판소리는 특별했다. 그 당시 TV에서 하는 판소리 공연 실황을 본 것을 분명히 기억한다. 그 소리는 완벽하게 독창적인 한국의 것이었다. 충격이었다. 판소리를 더 찾아 들을수록, 또 그 역사와 이야기를 더 배우면 배울수록, 나는 판소리를 미국의 블루스(Blues) 음악과 비교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비교는 서로 다른 예술 형식인 두 음악 장르에 모두 공평치 못하다. 이런 비교만으로는 두 가지 독특한 음악이 지닌 역사와 독창성 등을 모두 담아내지 못할 테니까. 두 가지 음악은 각자의 지역에서 서로를 전혀 참조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발전한 것이고, 자라난 토양이 지닌 독특한 조건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양인으로서 판소리를 들으면, 누구든 가장 먼저 그 감정의 힘에 압도되는 걸 느낀다. ‘한(恨)’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외국인조차 가장 한국적인 정서적 체험에 휩싸이게 하는 ‘한’이라는 정서의 힘이다. 김상현 전 국회의원이 몇 안 되는 청중을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 판소리의 전설 안숙선 명창의 공연을 몇 차례 볼 기회가 있었던 것은 내게 큰 행운이었다. 안숙선 명창의 힘과 감정은 한마디로 압도적이었다. 왜 판소리 공연은 야외에서, 특히 폭포가 있는 곳에서 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지 안 명창의 소리를 들으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클래식 음악을 하는 영국인 친구에게 처음 판소리를 소개해 줬을 때 기억이 난다. 그의 첫 반응은 이랬다. “이 믿을 수 없이 엄청난 감정은 도대체 뭐야?” 영국 친구가 말한 그 감정은 판소리에 아주 특별하고 대단히 한국적인 무언가를 불어넣는다. 판소리는 또 한국인만이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유머와 다른 감정들도 함께 담고 있다. 소리꾼 한 명과 북채를 쥔 고수 한 명만 함께 서는 간결한 무대 역시 날것(raw) 그대로, 유혹적이라 할 만큼 강력하다.

   내게 판소리는 그 자체로 한국이라는 멋진 나라에서 살고 사랑하기 위해 외국인이 알아야 할 것들을 전달해 주는 매개체다. 그것은 이 나라의 저변에 흐르는 감정의 깊이와 그 복잡함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존중해야 한다는 것, 한국적인 특별한 유머 감각은 한국인의 삶에 깊숙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강성한 이웃 나라들에 비해 한국의 땅이 비좁을지는 몰라도 어느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는 힘으로 충만하다는 것이다.

   한국 대중음악 ‘K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싸이와 같은 가수들이 그들의 음악으로 전 세계로부터 관심과 찬사를 받고 있다는 데 감탄하는 만큼, 나는 한국의 ‘영혼’을 더 깊숙이 파고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판소리를 들으라고 권하고 싶다. 만약 판소리를 라이브 공연으로 직접 즐길 기회가 있다면 꼭 붙잡길 바란다. 판소리 공연은 한국 정서의 정수를 체험할 수 있는 마스터 클래스다.

                                                          <참고문헌>

    1. 에릭 존, "판소리 속에 한국이 들어 있다", 조선일보, 2020.1.19일자. A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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