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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구님의 밝달나무숲


문학상, 무엇이 문제인가
 tlstkdrn  | 2021·10·17 11:00 | 조회 : 87
문학상, 무엇이 문제인가

   문학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난주 노벨문학상이 발표된 데 이어 다음달에는 부커상(3일)과 공쿠르상(3일), 전미도서상(17일) 등이 잇따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의 주요 문학상들 역시 속속 수상자를 내어 담당 기자들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 현장 기자의 실감으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많을 때는 하루에도 두서너개씩 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하게 되는 듯하다. 믿을 만한 집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시상되는 문학상이 몇백개에 이른다고 하니, 문학상의 수만 놓고 보자면 한국문학은 목하 번창 중이라 하겠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외국의 어느 나라가 이렇게 많은 문학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문학상에는 종류가 많다. 한국에서는 등단부터가 문학상의 형식을 취한다. 몇백만원씩의 상금이 걸린 신문의 신춘문예는 물론, 상금이 있건 없건 흔히 ‘신인상’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잡지의 신인 배출 시스템 역시 문학상에 해당한다. 신춘문예나 잡지 신인상이 중단편소설 한 편이나 시 한 편(또는 몇 편)을 대상으로 삼는 데 비해, 장편소설이나 시집 한 권 분량을 대상으로 하는 신인 대상 문학상도 있다. 한겨레문학상을 비롯한 장편소설 공모전, 시집 한 권 분량 원고를 투고하도록 하는 김수영문학상이 대표적이다. 이런 상들에는 대체로 몇천만원 규모의 상금이 따라붙는다.

   문학상의 중핵을 이루는 것은 아무래도 등단 과정을 거친 기성 문인의 기 발표작에 주어지는 문학상들이다. 대한민국예술원상처럼 한 작가의 평생의 업적을 기리는 상도 있는데, 표면적으로는 작품에 주어지는 문학상이라 해도 실제로는 특정 작품보다는 평생의 활동과 성과를 평가 대상으로 삼는 문학상들도 없지 않다.

   문학상을 주관하는 주체로는 문학 단체와 문예지, 언론사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등이 있다. 이 주체들 두셋이 연합해서 문학상을 꾸리기도 한다. 상을 운영하는 단체명을 상의 이름으로 삼는 경우도 있지만, 비교적 널리 알려진 것은 작고 문인의 이름을 단 상들이다. 만해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김수영문학상, 신동엽문학상 등이 대표적이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문학상의 경우 상을 만든 지자체 수장이 임기를 마치고 떠난 뒤 후임 수장이나 지역 의회의 무성의와 반대 등으로 상이 없어지는 일도 있다. 2011년에 제정된 박경리문학상은 초대 수상자 최인훈을 비롯해 응구기 와 티옹오, 이스마일 카다레, 아모스 오즈 등 세계적 명성을 지닌 문인들을 수상자로 배출해 왔다. 그러나 상금 1억원을 지원해 오던 강원도가 손을 떼는 바람에 올해 시상을 포기함으로써 지자체의 문학상 운영과 관련해 적잖은 숙제를 남겼다.

   문학상은 여러 순기능을 지니고 있다. 작가들의 창작을 격려하고 좋은 작품을 쓰고자 하는 동기와 자극을 준다는 것이 가장 클 것이다. 상에 따라 액수에 차이가 있지만 상금은 수상 작가들의 생계에 적잖은 보탬이 된다. 독자들 입장에서 보더라도 문학상 수상작은 일단 믿고 읽을 수 있다는 신뢰감을 준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행의 문학상들에는 크고 작은 문제가 없지 않다. 우선, 문학상들 사이에 변별력이 떨어진다. 적어도 특정 작가의 이름을 내건 문학상이라면 그 작가의 문학세계와 통하는 작품을 뽑아야 할 터인데, 그런 경우는 많지 않은 듯하다. 그러다 보니 동일한 작가와 작품이 서로 상이한 작품 경향을 지닌 작가의 이름으로 된 문학상을 중복 수상하는 경우도 보게 된다. 이른바 잘나가는 작가를 ‘선점’하고자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도 벌어진다. 어떤 작가든 매번 좋은 작품만 쓸 수는 없는 법인데, 특정 작가의 최상의 작품이 아니라 범작이나 태작에 상을 주는 경우도 없지 않다. 넓게 보면 이런 일은 역시 상업적 판단의 결과라 하겠다. 문학상을 운영하는 주체는 대체로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출간하고 그 판매 수익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저작권 침탈을 문제 삼은 작가들의 수상 거부로 초유의 시상 포기를 결정했던 이상문학상 사태 역시 출판사의 상업주의와 무관하지 않다. 다른 문학상들의 경우에도 작가들의 수상 거부 선언이 드물지 않게 나오곤 했다. 친일 혐의를 받는 문인의 이름으로 수여되는 동인문학상과 미당문학상이 특히 그러했다. 이 두 상의 경우에는 후보에 오른 문인들이 미리 수상 거부 뜻을 밝히곤 했는데, 2014년 현대문학상은 각각 소설과 평론 부문 수상자로 결정된 황정은과 신형철이 사후에 수상을 거부하는 일이 있었다. 이 상을 주관하는 잡지 <현대문학>이 이제하와 정찬의 연재소설 원고를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게재하지 않은 데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외국에도 문학상 수상 거부 사례가 없지 않다. 196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장폴 사르트르가 상을 마다한 일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문학상이 수상 작가를 어떤 제도의 일부로 포함시킴으로써 그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수상 거부 이유로 밝혔다. 재미있는 것은 사르트르의 이런 정신을 이어받은 문학상이 있다는 사실. ‘사르트르상’이라는 이름으로 수여되는 이 상은 ‘문학상 수상을 거부한 작가’를 대상으로 시상한다. 에스에프(SF) 작가 어슐러 르귄의 에세이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에 실린 글 ‘너무 필요한 문학상’에 이 상에 관한 언급이 나온다. 르귄 자신 냉전 시대에 미국 에스에프 판타지 작가협회가 주관하는 네뷸러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을 때 그 상을 거부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하는데, 당시 협회가 명예회원이었던 폴란드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이 공산주의자라며 회원 자격을 박탈한 데 대한 항의 표시였다.

   작가의 자율성을 구속하고 억압하는 문학상에 저항하는 방식이 반드시 수상 거부일 필요는 없다. 1972년 부커상을 수상한 존 버저는 상을 받으면서 동시에 그 상을 정면으로 공격하는 수상 연설로 파문을 낳았다. 그는 부커상을 후원하는 기업 ‘부커 매코널’이 서인도제도에서 저지른 착취 행위를 지적하며 그런 제국주의적 행태에 맞서 싸우는 흑인 좌파 조직 ‘블랙 팬서’에 상금의 절반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버저의 부커상 비판에는 물론 정치적 판단이 자리하고 있지만, 그와 함께 문학상 자체에 대한 근본적 회의와 문제 제기가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상이 조장하는 경쟁을 나는 혐오한다. 수상 후보를 발표하며 고의로 긴장을 유발하고, 작가들이 경주마라도 되는 양 수상자를 둘러싼 추측과 내기를 조장하며, 승패에 집착하게 하는 식의 태도는 전혀 문학적이지 않고 그릇된 것이다”라고 그는 일갈한다.

   지난주에 온 문학상 소식 가운데 뒷맛이 개운하지 않은 사례가 둘 있었다. 소설가 김유정의 이름을 나란히 내건 제15회 김유정문학상(주최 김유정기념사업회, 수상자 권여선)과 제1회 김유정작가상(주최 김유정문학촌, 수상자 김유담)이 경쟁하듯 수상자를 발표한 것이 그 하나다. 김유정문학촌 전 촌장(소설가 전상국)과 현 촌장(소설가 이순원) 사이에 문학상의 운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이 생기자 전 촌장은 지난해 4월 특허청에 김유정문학상의 상표등록 출원을 냈다가 기각되었다. 문학상의 운영권은 문학촌에 있다는 것이 특허청의 판단이고 상금을 지원하는 춘천시도 현 촌장의 손을 들어 주었는데, 전 촌장과 기념사업회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을 밀어붙인 것이다. 양쪽의 다툼에 본의 아니게 ‘참전’하게 된 수상 작가들이 난처하게 되었다.

   최동호 고려대 명예교수가 영역 시집 <제왕나비>로 제18회 제니마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도 있었다. 생소한 상인데 운영위원인 제커 마리나이의 이름이 어쩐지 기시감을 주었다. 찾아보니 알바니아계 미국인인 이 시인은 지난 2일 경남 창원 김달진문학제에서 제12회 ‘창원KC(케이시)국제문학상’을 받은 인사. 이 상을 주관한 것은 시사랑문화인협의회고 그 회장이 최동호 교수였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에서는 올해 공쿠르상이 심각한 논란에 휩싸였다는 소식이다. 심사위원 카미유 로랑스가 최종 후보에 오른 철학자 프랑수아 누델만의 여자친구인데다, 로랑스가 또 다른 최종 후보인 안 베레스트의 작품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서평을 <르몽드>에 기고함으로써 심사위원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이래저래 문학상은 구설을 피하기 힘든 것인가.

   최재봉 책지성팀 선임기자. 1988년에 한겨레에 들어와 1992년부터 30년째 문학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다. 작가들과 독자들 사이의 가교 역할에 충실하며, 문학의 본질과 변화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자 한다. 지은 책으로 <역사와 만나는 문학기행> <거울 나라의 작가들> <그 작가, 그 공간>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에드거 스노 자서전> <악평> <제목은 뭐로 하지?> 등이 있다.

                                                           <참고문헌>
    1. 최재봉, "문학상, 영광과 굴레 사이에서", 한겨레신문, 2021.1013일자.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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