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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구님의 밝달나무숲


임금도 볼 수가 없었던 조선왕조실록
 tlstkdrn  | 2022·01·07 03:50 | 조회 : 40
  
                                       임금도 볼 수가 없었던 조선왕조실록

   최근 한국고전번역원이 조선왕조실록 일부의 새 번역본을 출간했습니다. ‘태조실록’ ‘정종실록’ ‘태종실록’ ‘정조실록’ 부분이에요. 조선왕조실록은 한문으로 기록돼 읽기 어려웠는데, 1993년 우리말로 모두 번역됐어요. 하지만 여전히 어렵고 잘못 옮긴 곳도 있다는 지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훨씬 읽기 좋은 번역본을 냈다는 거예요. 우리나라 국보이자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이 어떤 책인지 알아볼까요?

                               ◇임금도 볼 수 없었던 역사 기록이었어요

    “이제 태종실록 편찬을 마쳤으니 내가 옛 임금들처럼 이를 한번 보려고 하는데 어떻겠는가?”

   1431년 3월 20일, 조선 4대 왕 세종은 신하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군주이자 태종의 아들인 내가 한 번쯤 실록을 열람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의미로 슬쩍 말을 꺼낸 거예요. 그러자 신하들은 펄쩍 뜁니다. 우의정 맹사성 등은 이렇게 말해요. “전하께서 만일 이를 보신다면 후세의 임금이 반드시 이를 본받아서 고칠 것이며, 사관(史官) 또한 군왕이 볼 것을 의심해 그 사실을 반드시 기록하지 않을 것이니 어찌 후세에 그 진실함을 전할 수 있겠습니까.” 이에 머쓱해진 임금은 “그럴 것이다(연·然)”라고 딱 한마디 말한 뒤 결국 실록을 보지 않았어요.

   역사책인 실록을 쓰는 원자료인 사초(史草)는 물론, 사초를 바탕으로 쓴 각 임금의 실록 역시 임금이라 해도 볼 수 없게 했던 것이죠. 폭군으로 알려진 10대 왕 연산군이 사초 일부를 열람한 것을 제외하면 이 원칙은 조선 왕조 500년 내내 이어졌습니다. 역사를 눈치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기록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한 것이죠.

   조선의 사관들은 대단히 강직했습니다. 3대 왕 태종이 1404년(태종 4년) 2월 8일 사냥 중 노루를 쏘다가 말에서 떨어진 일이 있었습니다. “사관이 모르게 하라.” 땅바닥에서 일어난 임금의 첫마디였죠. 창피하니 기록을 남기지 말라는 의미였습니다. 그런데 사관은 말에서 떨어진 사실은 물론 이런 말을 한 것까지 실록에 적었습니다. 당시 사관은 왕의 발언을 들으려고 병풍 뒤에 숨거나 초대받지 않은 연회장에 불쑥 나타나기도 했대요.

                                      ◇케플러보다 먼저 초신성을 관측 기록했어요

   이렇게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우리의 문화유산이 됐습니다. 태조부터 철종까지 25대(代) 472년 동안의 역사를 날짜별로 기록한 역사서로, 분량이 1893권 4965만 자(字)에 이릅니다. 중국 명나라 실록의 3배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죠.

   이토록 치밀하고 정확하게 기록된 역사서가 세계적으로 흔치 않습니다. 유네스코도 인정한 사실이죠. 정치·경제·사회·문화·천재지변과 인물 정보를 비롯한 다방면의 자료를 수록한 종합 사료인 데다,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웠고 왜곡과 고의적인 탈락이 없어 신뢰성이 높다는 겁니다. 중국·일본·베트남과 달리 당시 만들어진 원본이 그대로 전해진다는 점도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이 얼마나 자세한 역사서인지 보여주는 기록을 보죠. 1423년(세종 5년) 7월 21일에는 시골 강아지가 주인과 함께 벼락을 맞은 사건까지 기록했습니다. 1604년(선조 37년) 9월부터 1년 동안 객성(客星·손님별)을 관측해 기록했는데, 이것은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가 관측해 ‘케플러 초신성(진화 마지막 단계에서 폭발하며 매우 밝아지는 별)’이라고 불리는 별 SN1604였습니다. 첫 기록은 케플러보다 4일 앞섰다고 합니다.

                                                ◇전주사고 실록만 살아남았대요                            
    이런 방대한 기록이 지금까지 잘 보존될 수 있었던 데는 기록의 ‘백업’(여분으로 복사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실록을 4부 인쇄해서 서울 춘추관에 1부를 두고 전주·충주·성주 세 곳에 실록 보관소인 사고(史庫)를 만들어 1부씩 보관했죠. 전란이나 사고가 일어나 화재로 타버리는 것을 막으려던 거예요. 그러다 1592년(선조 25년) 임진왜란이 발발합니다. 춘추관과 충주·성주 사고에 있던 실록이 모두 불탔습니다. 남은 것은 전주사고뿐이었어요. 다행히 손홍록과 안의라는 두 선비가 전주사고의 실록을 모두 내장산으로 옮겨 지켜냈습니다. 이후 춘추관 외의 사고는 오대산·태백산·정족산·적상산 등 네 곳 산으로 옮겨 보관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현재 조선왕조실록에는 안타깝게도 약간 빠진 부분이 있습니다. 전주사고에 있던 12권 분량의 문종실록 중 9권 내용의 책에 누군가 11권 표지를 잘못 붙인 거예요. 11권인 줄 알았던 책은 알고 보니 9권의 내용이었죠. 그래서 9권만 두 권이 된 겁니다. 11권이 담고 있던, 1451년(문종 1년) 12월과 1452년 1월에 해당하는 두 달간의 기록은 영영 사라져버리게 된 거죠.

   조선왕조실록은 훌륭한 기록이지만, 단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임금 중심으로 기록돼 지방에서 일어난 일을 제대로 알기 힘들고, 기록한 사관이 ‘사신왈(史臣曰)’로 운을 떼고 논평한 부분은 때로 지나치게 주관적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앞뒤 흐름을 보지 않고 실록 일부를 뚝 떼서 인용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고종실록과 순종실록]

   조선왕조실록은 태조부터 철종까지 25대의 역사를 기록한 책입니다. 이상하지 않은가요? 조선의 임금은 모두 27명이었어요. 철종 뒤로 26대 고종(재위 1863~1907)과 27대 순종(재위 1907~1910)이 있었어요. 실제 고종실록과 순종실록은 모두 존재합니다. 하지만 국보에서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서도 빠져 있죠. 왜 그런 걸까요.

   이 두 실록은 조선시대 사관이 편찬한 것이 아니라, 조선왕조가 망한 뒤 일제 총독부 아래 있던 이왕직(옛 조선 왕실과 관련된 사무를 담당하던 기구)의 주관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선왕조실록에 포함하지 않는 거죠. 두 실록은 일제 침략과 항일운동에 관련된 사실을 의도적으로 누락했을 뿐 아니라, 마치 대한제국이 스스로 국권을 일본에 넘긴 것처럼 잘못 읽을 수 있게끔 서술돼 있습니다. 순종실록엔 안중근 의사를 ‘흉악한 자’라고 썼을 정도예요. 이 때문에 국사편찬위원회는 고종시대사를 다시 편찬하고 있답니다.

                                                          <참고문헌>

   1. 유석재/조유미, 뉴스속의 한국사 조선왕조실록", 조선일보, 2022.1.6일자. A30a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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