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관 홈페이지:::aljago.com
.

.

신상구님의 밝달나무숲


원칙과 신념을 굽히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준 일본의 지식인 오에 겐자부로 타계
 신상구  | 2023·07·04 04:26 | 조회 : 178

     원칙과 신념을 굽히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준 일본의 지식인 오에 겐자부로 타계

  1960년대 일본 문학계에서는 ‘엄청난 재능을 지닌 작가가 나타나서 작가 지망생들이 붓을 꺾었다’는 말이 돌았다. 그 주인공이 199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에 겐자부로다. 1950년대 후반 등단해 ‘만연원년(万延元年·1860년)의 풋볼’ 등 세계적 명작들을 남긴 그가 타계했다고 일본 언론이 13일 전했다. 오에를 추모하는 이들은 대문호로서의 명성 못지않게 ‘일본의 양심’으로 그를 기억한다.

  “일왕이 사람의 목소리로 말한다는 것에 놀랐고 실망했다.” 오에는 1945년 8월 15일 라디오로 일왕의 항복 선언 연설을 들었던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1935년 태어나 군국주의 교육을 받았던 그는 어릴 적 “일왕은 신비한 하얀 새와 비슷할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런데 일제의 패망과 함께 일왕 역시 사람임을 깨달은 것이다. 당시 느꼈던 충격과 미 군정 체제에서 경험한 민주주의가 오에의 세계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1958년 소설 ‘사육’으로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최연소 수상하며 필명을 떨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1963년 아들이 중증 장애를 안고 태어나면서 그의 삶은 크게 바뀐다. 낙담한 오에는 생후 한 달 된 아들을 병원에 놔둔 채 히로시마로 떠났다. 하지만 원폭 피해자들을 돌보던 의사에게서 ‘아픈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말을 듣고선 “너무나 부끄러웠다”고 미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회고했다. 도쿄로 돌아와 아들을 돌보며 쓴 소설 ‘개인적 체험’ 등은 그의 대표작이 됐다. 그는 “아들과 공동 집필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오에는 평소 조용하고 배려심이 깊은 인물이었다. 한국인들이 자택으로 찾아온다고 하면 문패 위에 한글로 이름을 써서 붙여놨을 정도였다고 윤상인 전 서울대 교수는 전했다. 하지만 폭력, 특히 국가의 폭력에는 강하게 반대했다. 그는 에세이에서 “권력이 쌓아올리는 사실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적으로 저항하는 목소리를 한결같이 계속 내는 길밖에 없다”고 썼다. 그리고 이를 실천으로 옮겼다.

  오에는 “일본은 아무리 사죄해도 충분하지 않을 만큼 엄청난 범죄를 한국에 저질렀다”며 지속적으로 일본 정부에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신사참배에 반대하고, 일왕이 주는 문화훈장을 거부했다는 이유 등으로 극우세력에게서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협박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지인들과는 전화 대신 팩스로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는 노년까지 집회에 참여해 “평화헌법을 지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원칙과 신념을 굽히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준 일본의 지식인이 또 한 명 귀천했다는 소식이 안타깝다.
                                                        <참고문헌>
  1. 장택동, "‘일본의 양심’ 오에 겐자부로 잠들다", 동아일보, 2023.3.14일자.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2201   <특별기고> 3.1운동의 원인과 경과와 영향   신상구 24·02·28 0
2200  시부는 중국, 남편은 북한... 죽어서도 가족 못 보는 비운의 독립운동가 정정화   신상구 24·02·27 2
2199  ‘토종 박사’ 차미영 교수, 한국인 첫 獨 막스플랑크 연구소 단장 선임  신상구 24·02·26 3
2198   풍수를 한국 전통지리학으로 정초한 최창조 선생을 기리며  신상구 24·02·26 4
2197  <특별기고> 2024년 정월대보름 맞이 대동 장승제 봉행을 경축하며  신상구 24·02·24 12
2196  한국 노벨과학상 수상 가능성  신상구 24·02·22 12
2195   <특별기고> 만장의 의미와 유래  신상구 24·02·20 14
2194   北 언어학 설계한 '천재'…분단 시대를 살아간 지식인, 김수경  신상구 24·02·16 29
2193  보문산에서 발견된 1천년 불상 어디에 있나?  신상구 24·02·16 36
2192  간디가 말한 망국의 7가지 징조. 우리 사회 혼란 병폐 모순과 일치 걱정  신상구 24·02·13 24
2191   [한국의 과학 명가] 한국 첫 화학박사 고 이태규씨 일가  신상구 24·02·10 23
2190   1969년 한국인 첫 노벨상 후보 이태규 화학박사  신상구 24·02·08 28
2189  대전 노숙인 54명 르포  신상구 24·02·04 23
2188   풍수학인 최창조 박사 타계  신상구 24·02·03 23
2187  제천 청풍승평계 단원 이건용(李建龍) 의병 이야기  신상구 24·01·30 36
2186  국제뇌교육대학원대학교 국학과 정경희 교수의 민족사학 요체  신상구 24·01·29 38
2185   '빛의 화가' 김인중 신부  신상구 24·01·28 38
2184  청주 '향토유적 84호' 단군성전 화재 전소  신상구 24·01·27 51
2183   '조선의 코페르니쿠스' 홍대용의 천문학  신상구 24·01·25 40
2182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신상구 국학박사, 문학평론 제2집 발간 화제  신상구 24·01·19 46
2181  문화사학자 신정일  신상구 24·01·16 36
12345678910105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 GGAMB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