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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교 속의 동물이야기


재물을 상징하는 동물 돼지
 성미경  | 2012·07·10 21:11 | 조회 : 1,290

재물을 상징하는 동물 돼지



몇 년 전 새해 첫해에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최고의 유행어가 된 적이 있다.
인생역전 <로또>라도 당선이 되려면 돼지꿈이라도 꾸어야 한다. 그러나 돼지꿈이라는 것이 꾸고 쉽다고 마음대로 꾸어지는 것은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돼지꿈을 꾸면 돈이 들어온다고 믿었다. 그 이유는 돼지가 한자로 돈豚이기 때문에 그 음이 우리가 좋아하는 돈金과 같기 때문이다.
고어에 ‘돝’은 어미돼지이고, ‘도야지’나 ‘돼지’는 새끼돼지를 말하는 것인데 요즘 돼지로 통일되고 ‘도야지’는 방언이 되어버렸다.
돼지를 뜻하는 한자는 돈豚이외도 많이 있다. 먼저 북연이란 나라에서 수퇘지를 뜻하는 저猪와 가猳와 체彘, 시豕, 희豨, 해亥 등이 있다.

돼지는 12지신 중 마지막으로 해亥라고 한다. 오행으론 물水이며, 방향은 북쪽, 계절은 겨울이며, 색깔은 흑색이다. 성질은 지혜롭고智, 숫자는 1과6이다. 시간은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이며, 일 년 중 10월에 해당한다. 10월은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이 화합을 한다고 하여 10월은 상달로 여기며 하늘에 제사를 드리는 등 제천의식이 많다. 또한 방위로는 서북을 의미한다.
예 부터 하늘에 제를 올릴 때는 희생양으로 소를 가장 많이 사용하였다. 소 중에서도 특히  흰 소를 신성시하여 모우旄牛를 바쳤다. 그러나 천신과는 달리 산신, 즉 지신에게 제를 올릴 때는 돼지를 바쳤다. 이렇게 돼지를 바치는 이유는 돼지가 다산을 하는 동물이므로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저 멀리 그리스인과 로마인들도 돼지는 자연의 풍요와 비옥함의 상징으로 신에게 바쳐졌다.

특히 로마인에게 들돼지나 멧돼지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데, 다른 동물과 달리 자신이 위험할 때만 공격하기 때문에. 용기와 자신감, 그리고 대담무쌍함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왔다. 또 그리스에서는 제물에 쓰인 돼지의 피로 살인범의 죄를 정화시키기도 하였다.
이렇게 돼지가 제물로 바쳐졌다는 기록이 고구려 온달 전에 나오는데, 해마다 3월3일이 되면 낙랑의 산언덕에 모여 사냥을 하여 잡은 돼지와 사슴 등으로써 산천신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돼지는 양면성을 가진 동물이다. 재물과 길몽을 뜻하는 동물인 동시에 탐욕과 게으름, 지저분함 등을 상징하기도 한다. 또 금돼지의 자식으로 통하는 최치원, 왕건의 집터를 잡아 준 돼지 등 신이한 인물이 탄생하는 것을 알려주는 동물이기도 하다.
이렇게 다양한 뜻을 지닌 돼지는 장옥葬玉이라하여 죽은 사람의 손에 쥐어져 내세에 먹을 양식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돼지와 관련된 세시풍속으로 정월 첫 번째 돼지날인 해일亥日엔 전라도에선 바느질과 빗질을 하지 않았다. 이날 바느질을 하면 손가락에 병이 생기고 빗질을 하면 머리에 풍이 생긴다고 여겼다. 또 경상도에선 돼지날은 칼질과 빨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칼질은 돼지에게 해롭고, 특히 오전에 빨래를 하면 그해 식구들에게 해롭고 궂은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믿었다. 서울에서는 얼굴이나 피부색이 검은 사람이 왕겨나 콩깍지로 살갗을 문지르면 피부가 하얗게 고와진다고 믿었다.

< 동국세시기>를 보면 돼지날과 쥐날에 환관들이 “쥐를 불살라라” “돼지를 불살라라” 하면서 햇불을 들고 이리저리 휘젓고 다녔다고 한다. 또 곡식을 태워 해낭亥囊(돼지주머니)과 자낭子囊(쥐주머니)에 넣고 신하에게 나누어주었는데, 이것은 풍년을 비는 풍속이었다.
중국 남조의 <잡오행서雜五行書>에는 ‘10월 돼지날에 먹는 떡은 사람으로 하여금 병이 없게 한다.’라고 기록이 있으며, 일본에서는 1월 15일 해시亥時에 팥죽을 끓여 천구신天狗神   〮산신을 위해 마당에 상을 차려 제를 올리는데 죽이 응고될 때 동쪽을 향해 다시 절을 올리면, 일 년 동안 병이 없다고 믿어 왔다.

돼지와 관련한 민간요법으로는 침을 흘리는 아이에게는 돼지코를 목에 갈고 다니게 한다거나, 산모가 젖이 안 나올 때는 돼지발을 삶아 먹는다. 또 백일해에 거렸을 때는 돼지꼬리에서 피를 받아 마시면 낫는다거나, 곶감을 먹고 체하였을 때는 돼지고기를 먹인다. 특히 뱀에게 물렸을 때는 돼지해에 돼지 달에 돼지 일에 짠 기름을 먹이면 낫는다고 하는데 이것은 돼지가 뱀에게 물려도 죽지 않기 때문이다.

돼지띠는 뱀띠와는 부딪히고, 호랑이띠와는 깨어지고, 원숭이띠와는 서로 상처를 주기 때문에 맞지가 않다. 토끼띠와 양띠와는 잘 어울리지만 호랑이띠와는 잘 어울리다 끝에 가서 화합하지 못한다.
돼 지는 죽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동물이다. 또한 예부터 신성한 동물이었고, 순진, 명랑, 다산을 의미한다. 이러한 탓인지 돼지띠는 성정이 진솔하고, 속이 따뜻하고, 남과 큰 다툼이 없다. 돼지띠 남자는 목표를 한번 정하면 그것이 달성될 때까지 꾸준히 밀고 나가는 당찬 성격이다. 항상 침착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지내려고 애를 쓴다.

돼지띠 여자는 좀 거친 면이 있지만 무슨 일을 수행함에 있어 철저하게 끝을 보는 성격이다. 이때 적당히 타협할 줄 모르기 때문에 독선적면으로 주변사람들에게 반감을 살 수 있다. 그러나 자상한 엄마로 가정에 충실하다.

정해년 2007년은 황금돼지해라고 한다. 또한 대선이 있는 해이기도 하다. 정해는 오행으로 불과 물이다. 하늘에 모닥불이 흐르는 강물을 말릴 수 없듯이 바닥의 민심을 얻는 자가 대권을 잡을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정치인들이 대권을 향하여 혹세무민하는 돼지 멱따는 소리가 천지에서 진동할까 벌써부터 두렵기만 하다.

어릴적 동네 이발소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그림이 어미돼지가 많은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그림이었다. 부디 다가오는 정해丁亥년에는 정치인들의 돼지 멱따는 소리가 넘치는 한 해가 되지 말고, 모든 서민들이 정말 부자가 되는 풍성한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글 : 조성제 (무천문화연구소장, 무교칼럼리스트, 환타임즈 논설위원)
출처 : 조성제의 무속이야기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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