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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듣는 한국근대사
 알자고    | 2018·06·04 14:24 | 조회 : 384
노래로 듣는 한국근대사
김 중위

우리민족이 갖는 끈질김과 저항정신은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끊임없는 외침(外侵)이 가져다 준 담금질의 결과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거론 하고 싶은 것은 우리민족의 예지라고도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비상한 사태에 직면하면 언제나 번득이는 예지로 노래를 불렀다. 참요(讖謠)다.

한말에 한창 서양세력이 판을 치기 시작할 무렵 우리 민중은 느닷없이 이런 노래를 불렀다. “바람이 분다/바람이 분다/연평도 바다에 /갈바람이 분다/엘화에야 네야 에헤야/나이리 이허리/매화로구나/” 경기민요인 매화 타령이다. 그러나 단순한 민요만은 아니다. 1866년(고종3년)에 있었던 병인양요(丙寅洋擾)를 예언한 참요였다.
병인년은 당시 조선은 물론 서양 사람에게도 끔직한 한 해였다. 당시 정부에서는 서양사람들이 천주교도를 앞세워 조선을 침략하는 것으로 알고 그 때부터 9명의 프랑스 신부와 남종상 등 수많은 신자들을 처형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프랑스 정부는 그해 9월 함대를 동원하여 강화도를 점령하고 40일 동안이나 체류하면서 강화도에 있는 많은 궁궐을 불태우고 그곳에 보관되어있던 각종 보물과 도서들을 약탈하고 물러났다. 이런 변란이 있을 것을 우리 백성들은 미리 알아차리고 매화타령을 불렀던 것이다.

동학 농민운동이 있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1894년 갑오년에 고부군수 조병갑(趙秉甲)의 심한 가렴주구(苛斂誅求)로 농민들이 폭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때 동학의 고부접주 녹두장군이라는 별명을 가진 전봉준(全琫準)이 농민군을 진두 지휘하면서 고부를 점령하고 전라북도 일대를 석권하였다. 이때 나온 노래가 “새야 새야 파랑새야/녹두밭에 앉지 마라/녹두 꽃이 떨어지면/청포장수 울고 간다/”였다. 여기서 “파랑새”는 농민군을 진압하도록 정부가 요청하여 건너온 청나라군과 청군 출현에 뒤따라 들어온 일본군을 지칭하는 것이었고 “녹두밭”은 농민군을, 청포장수는 조선 민중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 노래는 녹두장군 전봉준이 일본군에 체포되어 사형(1895.4)당한 후에도 줄곧 불려졌다. 농민군으로 나갔다가 전사한 남편을 위한 진혼곡으로도 불리어 졌고 어린이들의 자장가로도 불리어 지면서 구전이 끊이지 않은 채 해방 후의 어린이들에게까지도 전해졌다.
동학 농민군에 얽힌 노래는 이 한곡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랫녘 새야 웃녘 새야/전주고부의 녹두새야/녹두밭에 앉지 마라/두류박 딱딱 우여/”(박찬호). 농민군이 대일항전으로 치달을 때에는 전주 쪽의 전봉준 군(軍)과 충청도 쪽의 손병희 군이 합세하였다. 이때 민중들은 두류산(지리산)쪽에서 관군이 올듯하니 전주 고부에 머무르지 말고 진격하라는 뜻의 노래를 부른 것이라 한다.

그러나 더욱 기가 막힌 노래는 다음의 노래다.
가보세 가보세/을미적 을미적/ 병신되면 못 가보리.
이 노래는 무슨 뜻인가! 우선 가보세는 갑오년을 말한다. “가보세 갑오세(甲午歲)”다. 갑오년에 일어난 농민운동을 민중들은 이렇게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 갑오년에 일으킨 농민운동을 갑오년(1894)에 성공시키지 못하고 을미년(1895)으로 넘어가면 병신년(1896)에 모든 것이 끝난다는 민중의 예지적 호소였다. 을미년은 어떤 해요 병신년은 어떤 해인가! 을미년은 민비가 왜적에게 시해된 해요 병신년은 아관파천의 해다. 고종이 밤중에 궁궐에서 도망나와 러시아 공사관에 피신하여 지내는 한해였으니 “병신되면 못가리”라고 울부짖을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필자가 초등학교 1학년 해방되던 해에는 이런 말이 떠돌아 다녔다.
“조선아 조선아/소련놈에게 속지 말고/미국놈 믿지 말고/ 조선은 조심해라/일본놈 일어선다.” 어쩌면 이리도 운율이 척척 맞을까!


농암 김중위( 초대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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